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이 사람들(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정치가 전부 엉터리라고 주장하지만 박근혜 정권 때보다 무려 500조원을 더 갖다가 썼습니다. 변변한 일자리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주 36시간, 그래도 양질의 일자리는 것은 더 줄었습니다. 도대체 뭘 한 겁니까."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지난 27일 경북 포항에서 한 유세 연설 중 일부입니다. '정권교체', '정권심판' 등을 기치로 든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부각하려는 모양샙니다.
CBS노컷뉴스가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늘 살펴보고 있는데 윤 후보는 현장 연설에서 이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사실을 지적한 비판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겠습니다.
文정부, 朴정부보다 예산 500조원 많이 썼다?
먼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500조원 많은 예산을 썼다'는 윤석열 후보의 주장은 사실입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4년 동안 사용한 예산은 약 1,968조7천억원입니다. 반면 박근혜 정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사용한 예산은 약 1,459억6천억원입니다.
두 정부 모두 4년을 기준으로 계산한 총액의 차이는 약 509조1천억원가량 됩니다. 2017년은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이양되는 시기라 계산에서 제외했습니다.
우리나라 예산은 본예산을 기준으로 매년 평균 5.46%(2013~2022)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 정부가 전 정부보다 예산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했나
그렇다면 과연 양질의 일자리가 줄었을까.
'양질의 일자리'란 기준이 모호한데, 어느정도 노동시간이 보장된 일자리를 기준으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통계청에서도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를 별도로 발표할 만큼 어느정도 노동시간이 보장되는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문재인 정권 4년차인 2021년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약 2007만8천명이었습니다. 반면 박근혜 정부 4년차인 2016년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2134만6천명. 각 정부 4년차를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약 6.31% 감소한 수치입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두 정부의 전반적인 통계를 보면 증감률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두 정부 모두 매년 소폭 상승 하락을 반복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치명적인 변수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두 정부의 돈 쓰임새는 크게 달랐나?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더 많은 돈을 썼는데 '안정된 일자리'가 줄었다면, 뭔가 예산 지출면에서 크게 차이가 났을까. 두 정부의 예산지출을 비교해봤습니다.
우리 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서는 정부의 총 지출을 기능에 따라 16대 분야로 구분합니다. 각각 일반·지방행정, 국방, 교육, 사회복지, 보건 등입니다.
문재인 정부 4년차인 2021년과 박근혜 정부 4년차인 2016년을 비교했을 때 16대 분야별로 예산이 투입된 비중은 거의 비슷합니다. 사실상 지출에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기획재정부 '열린재정'의 세출 예산 구분 구성비를 보면 2021년과 2016년 사이 16대 분야별 예산 구성비의 차이 평균은 0.71%p로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평균을 좀 많이 상회한 분야는 고용, 노동 관련 예산이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고용·노동 예산 등 포함)는 2016년 29.2%에서 2021년 33.2%로 4%p 증가하며 문재인 정부 들어 비중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0.9%p) 분야도 평균을 상회해 증가했습니다.
물론 박근혜 정부 때보다 비중이 감소한 분야도 있습니다. 교통 및 물류 분야와 농림·수산 분야는 박근혜 정부에 비해 예산이 각각 1.3%p, 0.9%p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