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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또' 등장한 결선투표제…그 운명은?

선거

    이번 대선에서 '또' 등장한 결선투표제…그 운명은?

    핵심요약

    여야 유력 후보, 확연히 다른 입장
    현행 단순다수제 두고 지적 이어져
    결선투표제 프랑스 등 해외서도 도입
    도입 방법 두고도 입장차 나와
    "연합정치 가능" vs "이상적 제도"

    20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이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시립목동청소년센터에 마련된 목1동 제6투표소에서 시민들이 기표 후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4419만7692명이 참여하는 이번 대선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일반 유권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투표할 수 있다. 황진환 기자20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이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시립목동청소년센터에 마련된 목1동 제6투표소에서 시민들이 기표 후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4419만7692명이 참여하는 이번 대선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일반 유권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투표할 수 있다. 황진환 기자제20대 대통령 선거가 9일 오전 6시부터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결선투표제의 운명이 대선 결과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결선투표제 도입을 둘러싸고 여야 유력 후보들이 극명한 온도차를 보여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다당제 구현을 위해 결선투표제 등을 내건 데 이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가 결선투표제에 찬성한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분권형 조직 개편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지난 2일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와 '통합정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하며 결선투표제 카드를 전격 꺼내들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김동연 전 후보와 함께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제3의 선택, 제4의 선택이 언제나 가능하고 국민들이 지지하는 만큼 의석을 갖고 국정에 참여할 수 있게 비례대표제를 개편하고 이상한 위성정당을 금지하고 선거제도를 개혁해 미리 편 짜기 힘들게 하지 말고 결선투표제를 하면 국민들이 알아서 다 준비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에서도 즉각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의원총회에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등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이와 달리 윤석열 후보는 지난 7일 안산 유세에서 "대선이 열흘 안팎으로 남았을 때 국민들이 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하니까 물타기를 하려고 정치교체, 다당제를 이야기했다"며 "양당제라도 제대로 해보고 저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통합정부를 내세운 이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다만,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결정한 안철수 전 후보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찬성한 데 이어 지난 3일 단일화 합의문 발표 후에 이뤄진 기자회견에서도 "다당제가 제 소신이다. 대선에서 결선투표제 도입해야 한다"고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내건 상황이다.


    대선 결선투표제, 대체 뭐길래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 결과 최다득표자가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1, 2위 득표자에 한해 재투표를 실시해 최다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선 프랑스에 이어 폴란드, 오스트리아, 터키 등 각지에서 채택하고 있다.

    국내 현행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단순다수제 방식이다. 대선 후보 가운데 표를 제일 많이 차지한 후보가 당선되는 구조다. 지지율이 과반을 넘지 않아도 상대 후보보다 득표수를 많이 얻으면 당선되기에, 단순다수제의 대표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정치학회는 '대통령 선거 방식의 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노태우 후보는 약 36%의 지지로 당선됐고 김영삼 후보도 42%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며 "경쟁이 다수로 늘어나면서 당선에 필요한 득표율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게 됐고 따라서 (단순다수제에서) 대표성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성공회대학교 김형철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987년도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50% 이상을 득표한 경우는 박근혜 전 대통령뿐"이라며 "국민의 과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선출되고 있다. 대통령제는 국회와 대통령 행정부와의 갈등이라는 것이 항상 존재하는 정부 형태이기에, 여소야대의 경우 대통령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다수제 방식으로 당선된 후보가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 운영을 하게 되면 제도적 문제로 난관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지난 2017년에는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대표와 채 의원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8년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도입 △선거연령 만 18살 하향 조정 등을 담은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30여 년 만에 추진된 헌법개정안이었지만, 당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불발된 바 있다.

    청와대는 2018년 3월 22일 결선투표제 도입을 담은 개헌안을 발표했다. 개헌안 제71조 2항과 3항은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는 2018년 3월 22일 결선투표제 도입을 담은 개헌안을 발표했다. 개헌안 제71조 2항과 3항은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선투표제 도입…"개헌해야" vs "공직선거법 개정"


    결선투표제 도입을 두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측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가능하다'는 측의 입장이 팽팽하다.

    김형철 운영위원은 "헌법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있다"며 "헌법에는 명확하게 일위대표제라고 하는 상대다수제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실제로 우리 헌법은 제67조에 대통령의 선거와 관련된 조항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 제 67조

      ①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②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③대통령 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
      ④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
      ⑤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지난 2017년 7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사)법과역사학회가 작성한 '민주적 대표성과 대통령 선거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헌법 개정을 주장한다.

    법과사회 '민주적 대표성과 대통령 선거에 관한 연구'

    • 개헌 필요성

      △헌법 제67조 2항과 제3항의 취지로 볼 때 헌법의 의도는 1표라도 많은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제도의 도입을 전제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
      △직선제 대통령선거에서 거의 불가능한 확률의 경우까지 상정하여 동수 득표의 경우 처리 방향을 밝힌 헌법이 결선투표제와 같은 중대한 사항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결국 상대다수대표제를 취한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점
      △연혁적으로 우리 헌법이 간선제 하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했을 때는 헌법에 직접 명시적으로 규정했다는 점


    이보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도 결선투표제 도입을 두고 현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2016년 입법조사처에 문의한 결과 입법조사처로부터 '우리나라는 법률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헌법 개정이 아니고서는 국민적 합의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취지의 회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개헌을 주장하는 측은 법률을 개정해 결선투표를 시행할 경우 선거 불복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달리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측은 "헌법을 과대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민선영 간사는 CBS노컷뉴스에 "일각에서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헌법 개정 사항이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이 부분에 대해 헌법을 과대 해석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선영 간사는 "헌법에서 선거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 세 가지"라며 "대통령이 선출될 때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선거인 총수의 3분의 1 이상 득표를 해야 한다'라는 것만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측은 '헌법 67조 3항'에 따라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이 조항은 후보자가 1인일 경우를 가정해 최소 조건을 제시하고 있을 뿐, 여러 명의 후보가 출마한 경우에는 적용되는 조항이 아니라는 게 민 간사의 설명이다.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류홍채 교수도 "우리나라 헌법에서 규정한 것들이 그리 많지 않고 법률상으로 위임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헌법에 규정돼 있더라도 정치권에서 합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헌법 제67조 5항은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류 교수는 이어 "헌법을 절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헌법 제3조인 영토 조항을 보면, 한반도 부속도서가 우리나라 영토라고 나와있는데 북한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고 꼬집었다.


    "연합정치 꾀할 수 있어" vs "국내 적용가능한지 따져봐야"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결선투표제 도입으로 정당 간에 연합 정치를 이뤄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반면, 국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철 운영위원은 "단순 다수제에선 선거 때마다 대선 후보 단일화로 정책과 관련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후보 단일화 논의에 휩싸여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이 무엇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선투표제는 1차 선거에서 50%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가 이뤄지는 제도"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당 간에 연합 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고 2차 선거운동 기간에 정당 간 연합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은 또 "2차 투표 때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고, 2차 투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후보들의 공약들에 대해서 명백하게 평가하고 비교하면서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결선투표제를 한국의 현 정치 상황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류홍채 교수는 "결선투표제라는 것이 굉장히 이상적인 제도"라면서도, "과연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건지는 따져봐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결선투표제를 두고 "이게 의미 있는 결선 투표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심상정 후보와 기타 후보가 (제3후보자로) 남았는데, 그 후보들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이 과연 윤석열 후보나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에 1차에 투표했던 사람들이 과연 투표장에 나설까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보면 결선투표제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부담스러운 제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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