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한동훈·윤석열. 연합뉴스윤석열 당선인이 제20대 대통령으로 결정되면서 윤 당선인의 검찰 재직 시절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과 함께 승진과 좌천을 거듭한 한 검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탄생과 함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복귀가 유력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선 내내 '검찰 독립성'을 강조한 윤 당선인이 자신의 측근을 주요 수사를 총괄하는 검찰 요직에 배치할 경우 이에 따른 비판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운영 부담도 예상된다.尹 따라 승진에 좌천 거듭한 측근 한동훈
한동훈 검사장(49·사법연수원 27기)은 검찰 내에서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꼽힌다.
평검사 시절 기업 수사에서 두각을 드러낸 한 검사장은 지난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대선 비자금 수사팀에서 윤 당선인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2006년 현대자동차그룹 비리 사건, 외한은행 매각 사건 수사 때도 함께 했다.
윤 당선인과 한 검사장의 호흡은 2016년 국정농단 특검을 통해 전국구로 알려졌다. 이후 한 검사장은 윤 당선인의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시절 '중앙지검 3차장 검사(2017~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2019년)'을 맡으며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기업 수사에서 활약하며 검찰 내에서도 특수통 검사로 인정받은 한 검사장은 연수원 동기 가운데 가장 먼저 검사장에 오르며 입지를 다져갔다.
윤 당선인과 함께 문재인 정부 초반 승승장구하던 한 검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좌천의 길을 걷는다. 윤 당선인이 문 정부 등 여권과 계속해 충돌하자, 그의 측근이었던 한 검사장도 자연스레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다. 한 검사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체제에서 부산고검 차장으로 밀려났고, 이후엔 '채널A 강요 미수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으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충북 진천본원으로 이동했다. 현재 맡고 있는 사법연수원 부원장까지 포함해 내리 세 차례나 좌천됐다.
한 검사장은 내리막 길을 걷던 와중에도
"지금 이 권력자들은 마치 자기들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수사하면 안 되는 초헌법적 특권 계급인 양 행동했다",
"사냥개 같은 검찰을 만드는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사기 치고 거짓말했다"라고 현 정부를 작심 비판하는 등 윤 당선인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尹, 직접 한동훈 복귀 시사…내부서도 "적절한 인사"
연합뉴스한 검사장은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가장 주목받는 검사가 됐다. 특히 윤 당선인이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 검사장의 복귀를 시사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 유력 후보로 떠오른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은) 이 정권에서 피해를 보고 (수사를)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그가) 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검찰 정기 인사는 매년 2월과 8월 이뤄지지만, 이번엔 새 정권이 출범한 만큼 5월 새 법무부장관 임명 직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 검사장의 평소 수사 능력과 행실에 비춰볼 때 중앙지검장 임명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와 가까운 검찰 출신 변호사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검사장의 수사 방식을 볼 때 어쩌면 공정성과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유일한 사람"이라며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세 번의 좌천을 겪었는데, 이번엔 윤 당선인과 친하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되는 건 부적절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앙지검장을 맡아 문 정부에서 막았던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수사를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통화에서
"(중앙지검 인사 등은) 항상 청와대에서 원하는 사람을 꽂아오지 않았나.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돼왔던 자리"라면서 "윤 당선인도 중앙지검장을 할 때 문재인 청와대의 의중이 직접 적용된 결과였다"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독립성 훼손 우려도… "사회적 혼란 우려…정무적 판단해야"
하지만 대선 레이스 내내 '검찰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해온 윤 후보가 자신의 최측근 인사인 한 검사장을 검찰 내 요직에 앉힐 경우 거센 반발도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검사를 주요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앉힐 경우
수사는 공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가 말한 '검찰 독립성'과도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이 170석이 넘는 국회 의석을 확보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측근을 검찰 요직에 전면 배치할 경우 국정 운영에 부담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 검사장을 정권 초반엔 고검장으로 승진·복귀시키면서도 수사 일선과는 거리를 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최근까지 검찰에 몸 담았던 또 다른 변호사는 통화에서 "한 검사장은 수사 능력으로는 문제가 없는 사람은 맞다"라면서도
"다만 윤 당선인이 이제는 검찰총장이 아니라 한 나라 대통령인 만큼 검찰 재직 시절의 시각보다는 좀 더 크게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 초기에 한 검사장이 그 자리에 가면 여러가지 사회적 혼란과 분란 가능성은 있다"라며
"여소야대 정국이고,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 한 검사장은 지금 중앙지검장이 아니어도 여러 곳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