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당시 20살이었던 A씨는 택시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 골목길로 들어선 택시 앞에 돌연 자전거 한 대가 부딪쳤고, 당황한 택시기사와 함께 승객인 A씨도 내려 사고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자전거를 탄 사람은 크게 다치지는 않은 듯했지만 고통을 호소했고, 택시기사는 치료비를 건넸다.
사실 승객 A씨와 자전거를 탄 사람은 '공범'이었다.
A씨가 택시를 특정 장소로 가게 했고, 기다리고 있던 자전거가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었다.
이후 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A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지고 공범 수도 크게 늘었다. 주인공 주변의 모든 것이 거짓이고 조작이었던 영화 '트루먼 쇼'처럼, 피해자 주변에 상황을 만들어 치밀하게 움직였다.
수익금을 나누자며 지인과 선·후배들을 불러 모으고 역할을 나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범행 대상을 찾은 뒤, 공범인 여성과 만나게 하고 이후 "성폭행을 당했다"며 협박을 했다.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실제 경찰 신고까지 했다.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게 해 약속된 장소로 유인한 뒤, 다른 공범이 사고를 내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유흥가에서 음주운전한 차량을 따라가 "사고가 날 뻔했다. 그런데 술 냄새가 나는데 음주운전 한 것 아니냐"며 역시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 담긴 2016년 당시 범행 장면. 대전경찰청 제공경찰 조사 결과 이 같은 협박을 받은 피해자 수만 22명에 달했다. 하지만 주변에 알려지는 것 등을 두려워 해 대부분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금융계좌 수사와 통신 수사,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다수의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담한 일당도 추적을 해나갔다.
경찰에 붙잡혔을 때 A씨의 일당은 100명을 넘어서 있었다. 일당 중에는 10대 미성년자도 있었다. 이들은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회사로부터 억대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보험사기에도 발을 뻗은 상태였다.
'5년 전 사고'의 승객과 자전거를 탄 사람이 공범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택시기사는 "두 사람이 친구 관계였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허탈해했다.
경찰이 찾은 피해자 일부는 심리적 충격이 가시질 않아, 심리상담 치료 등을 연계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대전 동부경찰서 고준재 형사과장은 "상황을 유도해 피해자들의 약점을 잡고 공갈한 범죄가 확인되는 만큼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며, 혹시라도 유사한 피해를 입을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일당 가운데 적극적으로 가담한 8명을 공갈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일당은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