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PCR검사키트를 정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하루에 수십만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위중증 환자도 역대 최고 수준이 이어지는 오미크론 대유행에 최전방 의료진들은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중환자를 감당할 병상은 거의 꽉 찼고 병원 내 감염도 잦아져 환자를 돌볼 의료 인력이 연일 무더기로 격리되는 상황이다.
유행의 정점을 지나도 한동안 위중증 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위기를 해결할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확진자 발생을 가능한 통제하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오히려 유행 한가운데서 방역을 계속 완화한 것이 상황을 악과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꽉 찬 중환자 병상…수십명씩 의료진 격리에 '비상'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중증 병상 가동률은 66.5%(2801개 중 1862개 사용)이고 위중증 환자는 1049명이다.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위한 준중증 병상 가동률은 71.6%다.
얼핏 수치만 보면 아직 여력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확보한 병상이 모두 사용 가능할지도 미지수인 데다 최근 병원 내 감염이 빈번해지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기존 델타 유행보다 몇 배는 더 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교수는 "우리 병원은 업무연속성 계획(BCP·Business Continuity Plan)을 가장 심각한 4단계까지 올린 상태며 중증과 준중증 병상이 70~80% 차서 치료 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입원 당시는 음성이었지만 이후 양성이 나오는 환자들이 늘어 다른 환자 감염이 없는지 이곳저곳 다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 직원 감염도 크게 늘며 환자를 돌볼 인력은 더욱 부족해졌다. 매일이 비상사태로 코로나 유행 후 지금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의료 현장의 하소연이다.
김 교수는 "지금 직원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격리돼 빠져 있는 상황이고 현재까지 누적으로 하면 수백명이 감염됐거나 감염된 상태인데 정부는 이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병원에 중증 병상 26개와 준증상 병상 20개 조금 더 넘게 있는데 거의 여유 없이 꽉 차서 운영된 지가 2주 정도 됐다"며 "델타 유행과 비교하면 중환자는 더 늘고 직원들은 감염이 돼서 항상 줄어 있는 상황이라 견디기가 괴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수도권은 그나마 낫지만 전국 곳곳에는 벌써 병상이 환자로 가득 찼거나 차기 직전인 곳도 적지 않다. 광주는 54개 중증 병상 중 53개(98.1%), 전남은 22개 중 19개(87.4%), 경남은 63개 중 54개(85.7%)가 가동 중으로 사실상 한계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유행 정점 2~3주 후까지 증가…예측 뛰어넘는 환자 수 '부담'
더 큰 문제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의 정점까지는 아직도 멀었다는 점이다.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유행의 정점이 이르면 내주 중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증가는 이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위중증 환자는 신규 확진의 후행지표로 약 2~3주 가량의 시간 격차를 두고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행규모가 당국의 당초 예측치보다 갈 수록 커지는 것도 의료계에 걱정과 부담을 더하고 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14일 국내외 연구진 예측을 바탕으로 주 평균 하루 확진자를 최대 37만명, 중환자는 3월 말~4월 초 최대 2120명 수준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7일 62만여명이 확진됐고 16일부터 사흘 동안 확진자가 약 143만명에 이르며 예측 수준을 훌쩍 넘었다. 위중증 환자도 확진자 수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만큼 향후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병상은 늘려도 인력은 부족…"유행 통제 놓친 게 문제" 지적
15일 오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 PCR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방역당국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병상 효율화를 서두르는 등 여력을 늘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는 있다.
지금까지 중증 기저질환을 앓다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격리 병상에 배치했지만 오는 21일부터 코로나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면 기존 병상에 치료를 이어가도록 방침을 세웠다. 또, 지역별 거점 생활치료센터에도 입원이 필요한 경우 환자가 입소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병상 확보 노력에도 가장 문제인 의료인력을 단기간 빠르게 확대할 방법은 마땅치 않아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결국 유행 규모를 어느 정도라도 통제하는 것만이 답이었지만 정부가 잇따른 방역 완화로 유행이 예측을 빗나감에도 완화 기조만을 고집했던 게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날 거리두기도 유행 확산을 우려해 6명에서 8명으로 소폭만 완화했지만 이번에도 면밀한 영향 분석은 없던 것으로 보인다.
엄중식 교수는 "처음 영업제한 시간을 10시로 1시간 늘렸을 때 전파량은 조금 늘어난다고 해도 이후 복리처럼 계속 누적돼 유행 규모는 쭉쭉 늘어나게 된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고 오미크론 치명률이 낮은 부분이 (유행 규모에 비해) 너무 확대 해석됐다. 현재 대안이 없고 하루 사망자가 천 명 가까이 나오는 최악의 사태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