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그 제공 창작진과 배우들이 작품 제작 과정에서 적극적인 기후행동에 나선 연극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26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다.
이 연극은 극단 '그린피그'의 'e(환경)-삼부작' 첫 번째 작품이다. 무대에는 봉제공장에서 나온 자투리 천을 모아 만든 폐기물 산이 놓여 있고, 배우들은 모두 평범한 티셔츠에 바지 차림이다.
그린피그 측은 "연극에서 사용하는 의상과 소품은 90% 이상 버려지거나 사용되지 않은 물품"이라고 전했다.
연극은 2012년 12월 윤영선 연극제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10년 만에 재공연한다. 고(故) 윤영선 작가의 7쪽 분량 초고에 전성현 작가의 텍스트를 더하고, 윤한솔 연출과 배우들이 공동 창작해 재구성했다.
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이기를 지적하는 네 가지 에피소드를 교차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네 가지 에피소드는 정휘창 작가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원숭이 꽃신', 직립 보행과 고통의 근원을 다룬 '태아 잡담', 태어나지 않으려 하는 태아와 엄마의 협상을 보여주는 '계약', 아버지의 죽음과 인간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다.
그린피그 제공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무대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 이를 부추기는 자본, 이로 인해 무너지는 문명과 인류의 끝을 그려낸다. 또 극중 태어나고 싶지 않은 태아의 시선을 빌려 지극히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게 만든다.
윤한솔 연출은 "이 작품은 세상에 없던 우화인 동시에 2012년 12월 한 극장에서 일어난 실화"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지금 이 순간에도 믿기 힘든 실화가 벌어지고 있다는 깨달음이 곧 문명과 인간의 이기에 대한 반성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