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검찰이 25일 이른바 원전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고발 3년 만에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수사 시작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최형원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수사관 15명을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에 보내 서류와 PC 등 전산자료들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공공기관 인사 담당 직원을 불러 2017년 4월~2019년 12월까지 탈원전 인사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檢 2019년 고발된 '원전 블랙리스트' 사건, 3년여 만에 압수수색 단행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지난 2019년 1월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의 사장이 장·차관의 사퇴 압박으로 일괄 사표를 내게 됐다며 동부지검에 고발한 사건 수사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에 적시된 피고발인으로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전 산업부 운영지원과장, 전 혁신행정담당관 4명 등이 포함됐다.
당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7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국장이 발전사 사장들을 개별적으로 광화문에 있는 모 호텔로 불러내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며 "당시 4개 발전사 사장들의 임기는 짧게는 1년 4개월, 길게는 2년 2개월씩 남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동부지검은 고발장이 접수되자 4개월 뒤인 같은해 5월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남동발전 전 사장 장재원 씨를 비롯해 한전 4개 발전 자회사 전 사장들을 연달아 소환·조사했지만 이후 수사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것으로 보이던 이 사건은 검찰이 고발 3년여 만에 전격 산업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급부상했다. 동부지검 수사팀은 대전지검이 수사하고 백 전 장관이 연루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의혹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등 제반 기초 조사 끝에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 3년여 만의 압수수색 배경은 '정권교체'?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 연합뉴스검찰이 3년간 지지부진했던 사건을 갑자기 꺼내든 배경에는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이유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일단 '정치적 배경설'을 일축하고 있다. 대신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쌍둥이 사건과도 같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대법 판결을 수사 재개의 이유로 든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아내거나 사퇴를 종용한 사건으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흡사한 뼈대를 구성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로서는 유죄 입증의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3년이 지난 사건도 다시 수사할 명분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표면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임기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3년여간 들고 있던 사건의 압수수색 착수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 법조계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5월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4개월이면 해체될 수 있는 수사팀이 3년 넘게 묵혀왔던 사건을 다시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권력 교체가 이뤄진 뒤, 검찰이 임기가 1개월 정도 남은 현 정부에 대한 표적수사에 나섰다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3년 전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에 착수한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 수사진행과는 거리가 멀다"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22년 3월 25일 오전 드디어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명목은 탈원전 정책을 위한 인사 비위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이다"며 "칼끝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다칠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