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토익 등 외국어 및 한국사능력시험 등의 성적 인정 기간은 현재 통상 2년에서 최장 5년까지 연장을 추진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 '취업준비생(취준생) 공인성적 만료 연장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토익 등 공인성적 만료 연장 공약의 실효성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의지에 따라 현행 공무원 적용에서 공기업 등 공공부문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후 민간 기업까지 동참시킬 '인센티브'가 있느냐는 전망은 엇갈린다.
공약을 둘러싸고 취준생들은 취업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반면 사교육 업계는 매출에 타격을 우려하며 울상을 짓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취업 및 채용 업계에서는 토익이 흔해지면서 다른 스펙을 요구하는 '풍선효과'가 나올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오히려 토익 대신 실무에 필요한 능력 등 다른 평가 지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사진기자단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토익 등 취준생 공인성적 만료 연장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심쿵약속'으로 취준생들이 주로 치르는 토익, 토플, 플렉스 등 외국어시험과 한국사능력시험 등 공인성적 유효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기업이 채용을 줄이는 분위기에 취준생들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통상 2년 기한인 시험들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방식은 현재 일부 공무원 시험에서 적용되는 방식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현재 5급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7급 공채시험 등 일부 공무원 시험에서는 토익 등 공인영어성적이 5년까지 인정된다.
시험을 치르고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점수를 등록하면 정부에서 유효기간을 5년까지 보증한다. 시험 시행기관의 유효기간은 대부분 2년이기 때문에 성적을 조회할 수 없어 마련한 방식이다.
공인성적 연장 공약은 현재 일부 공무원에게만 적용됐던 것을 공공부문 채용 전면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민간기업도 이를 도입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당선 이후 공약의 현실화 여부로 관심이 쏠린다.
우선 공공부문 채용의 경우 새 정부의 의지에 따라 추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공부문에서는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필기시험 개편으로 다음해부터는 공인성적을 3년, 한국사능력시험을 4년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채용 관련 정책인 '블라인드 채용'은 참고할만한 사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입사 지원서에 출신지, 출신 학교 등을 기재하지 못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적극 추진해 2017년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의무화된 바 있다.
연합뉴스반면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기업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문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적용이 민간에 잘 적용되지 않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2018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블라인드 채용 도입은 공기업·공공기관에서 91% 수준으로 실시됐지만, 사기업에서는 1.4%만 실시됐다. 최근 조사 결과인 지난달 29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 100인 이상 기업 508개사 가운데 19.9%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때문에 공인성적 연장 공약의 관건도 공공부문 채용을 넘어 민간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채용에서 유효기간을 연장하면 정부 지원사업 및 우수기업 인증제도 가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인성적 기한 연장 공약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와 검토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인성적 연장 공약을 둘러싸고 취준생과 사교육 업계는 엇갈린 표정이다.
시험의 부담을 던다는 측면에서 취준생들은 환영하는 반응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에서 만난 취준생 한모(26)씨는 "(공인성적 기한이) 5년으로 연장된다면 당연히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은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 토익 유효기간 2년을 넘겨 다시 보는 취준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토익 등 사교육 업계는 매출 악화를 우려하는 입장이다. 한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토익 등 시험들이 5년으로 연장되면 시험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강의 판매율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기업은 누구나 높은 점수인 토익을 제외하고 또 다른 스펙을 평가하지 않을까"고 말했다.
기업 및 채용 관련 업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관계자 A씨는 "기업이 2년마다 갱신된 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이유는 당장 영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라며 "5년으로 연장되면 과거 실력만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획기적이고, 업무 영역이 영어 실력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업종이라면 기한 연장이 꼬 어려운 일만도 아닌 듯하다"고 했다.
결국 민간기업의 참여를 위해선 인센티브가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선 토익 점수가 이미 보편화돼 변별력이 크지 않은 만큼 오히려 기업이 실무에 필요한 다른 능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