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부산에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인해 1억원이 넘는 돈을 빼앗긴 40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일부 수금책을 검거한 경찰은 해당 조직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나머지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 25일 낮 부산 영도구의 한 도로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A(40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살펴보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됐으며, 유서는 없었다.
다만 A씨 주변인들은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를 크게 당해 많이 힘들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주변인들의 진술처럼 A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건 보이스피싱 조직의 도를 넘은 사기 행각이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부산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금융기관 관계자로 소개한 상대방은 A씨에게 "지금 가지고 있는 대출금보다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겠다"며 기존 대출금의 상환을 요구했다.
기존 대출금 이자 부담에 고민하던 A씨는 전화를 받은 뒤 급히 주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평소 신망이 두텁던 A씨의 부탁에 지인들은 선뜻 돈을 건넸다.
그러자 자칭 '금융기관'은 A씨에게 "대환대출을 위해선 신용보험에 돈을 맡겨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돈을 직원에게 직접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이들의 지시에 따라 지난 2월 21일 부산 사하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2400만원을 건넸다.
이후 상대방은 A씨를 부산, 경북 구미·안동, 대구, 울산 등 자신들이 돈을 받기 편한 장소로 이동하게 한 뒤 "관련 서류를 작성하라", "돈을 전달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A씨는 이들에게 3일 동안 10차례에 걸쳐 1억 6천만 원 상당의 돈을 전달했다.
A씨는 뒤늦게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3일 동안 연락을 주고받은 '금융기관'은 이미 증발한 뒤였다.
결국 A씨는 어렵게 마련한 돈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20년 검찰을 사칭해 20대 취업준비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김민수 검사' 사건이다.
피해자는 검사 사칭범의 "범죄에 연루됐다"는 말에 속아 11시간 동안 전화를 이어가면서, 전북 정읍에서 서울까지 장소를 수차례 옮겨가며 돈을 전달했다.
그런데도 사칭범은 "전화를 끊었으니 공무집행방해죄다"라며 피해자를 다그쳤고,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를 죽음으로 몰고간 일당의 수법은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를 옮겨다니게 하며 피해자가 자신들의 지시에 따르도록 했다는 점에서 '김민수 검사' 사건과 유사하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오랜 기간 추적 끝에 자칭 김민수 검사와 그 일당을 검거했던 부산경찰청은 현재 A씨 사건을 맡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A씨로부터 현장에서 돈을 건네받은 수금책 B(30대·여)씨 등 2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수금책들은 경찰 조사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으며, 일부는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숨진 사실을 듣고 오열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들이 범죄 행위라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하고 사기와 사문서위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또 A씨 이외에 피해자가 10여 명 정도 더 있고, 피해액도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나머지 일당의 뒤를 쫓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