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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용퇴할 인물은 송영길만이 아니다

    핵심요약

    송영길 전 대표 서울시장 출마 놓고 민주당 갈등
    이재명계와 비 이재명계의 계파 갈등 여전해
    대선 패배하고도 정쟁에 몰두하는 민주당 반성부터 해야
    86세대 대표주자 김영춘 전 장관 정계은퇴가 시사하는 점 인식해야
    민주당 이제는 86세대의 세대교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 연합뉴스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민주당 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김민석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5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송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반대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 마디로 "안 되니까"라고 잘라 말했다.
     
    '안되니까'라는 말에는 패장은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인물로서도 자격이 없다는 다소 과격한 의미도 같이 들어 있다고 해석된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 출마에 반대하는 세력은 같은 운동권 세대들 뿐 아니라 서울시 지역구 의원들도 포함됐다. 운동권 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민주당에서 같은 운동권 출신인 송 전 대표에 대해 극력 반대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내의 세력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에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대선 전부터 '이재명계'와 '비 이재명계'는 심각한 갈등을 빚었고, 대선 패배에 따라 갈등은 표면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다시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소위 민주당의 '적통세력'은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측에 더 이상 주도권을 내 줄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이어 송영길 전 대표까지 지방선거에 나서며 이재명계의 세력 확장을 그냥 두고만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오락가락하는 송 전대표의 행보도 문제다. 송 전 대표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이 한창이던 지난 1월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하며 86세대의 퇴진을 통한 정치개혁을 주장했다. 하지만 송 대표의 요구는 아무런 반향도 불러일으키기 못한 채 사그라지고 말았다.
     
    정치개혁의 성과와는 별개로 송 전 대표는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뒤집는 행태를 보였다. 가뜩이나 땅에 떨어진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는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송 전 대표측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대안은 출마를 강행하는 쪽에서 걱정할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제 이재명 이전의 시대와 이후의 시대로 나뉜 듯하다.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민주당의 대표 주자로 나설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이런 모습으로는 그렇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86세대의 대표적 정치인이었던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정계은퇴의 이유로 '거대 담론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들었다.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같은 큰 정치의 시대가 아니라 부동산이나 성평등, 재난지원금 같은 생활형 이슈가 정치의 이슈가 됐다는 것이다.
     
    자신은 이런 생활정치에 적합하지 않은 세대라는 것이 김 장관의 고백이다. 이런 김 장관의 선택과 고백은 민주당이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왜 세대교체가 절실히 필요한 것인지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선 패배가 바로 그것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21일 정계은퇴 선언하는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지난달 21일 정계은퇴 선언하는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김영춘 전 장관은 송영길 전 대표와 더불어 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86세대는 엄혹한 80년대를 몸으로 관통하면서 이 땅에 민주화를 꽃피운 세력이다. 하지만 이제는 권력을 움켜쥔 채 수십 년을 놓지 않는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386'에서 '486'으로 이제는 '586'에서 '686'으로 이어질 지점이라는 점에서 '수십 년의 기득권 세력'은 틀리지 않는 말이다.
     
    86세대의 바로 다음 세대인 CBS의 김정훈 기자는 자신의 저서 '386 세대유감'에서 이렇게 절규하듯 외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30대부터 주목을 받은 386세대는 기득권으로서의 지위를 고스란히 30년째 이어가고 있다. 학연, 지연, 혈연 네트워크가 386세대 속에서 얽히고설키며 그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래서 쉽사리 세대 권력은 이양될 듯 보이지 않는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에게 대물림되듯, 386세대 부모들이 가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력이 고스란히 그들의 자식 세대에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40대인 김 기자 세대에게 86세대가 이렇게 비춰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용퇴할 인물은 송영길만이 아니다. 용퇴하라고 외치고 있는 86세대 바로 당신들이다. 민주당이 바로 설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올바른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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