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추락한 남해해양경찰청 소속 S-92 헬기. 남해해경청 제공8일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추락한 헬기에 탑승했다가 숨진 전탐사가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승무원들의 마지막 출동 모습을 지켜본 동료 해경은 사망자와 아직 돌아오지 못한 대원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사고로 숨진 전탐사 황현준(27) 경장의 아버지는 아들이 다음 해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며 침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황 경장 아버지는 "아들이 4~5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와 내년에 결혼할 계획이었다"며 "여자친구에게도 사고 소식을 전했고, 지금 다른 가족들과 장례식장에 함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 3시쯤 항공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시간에 전화가 오는 걸 본 순간 느낌이 이상하더라"면서, "소식을 듣고 그저 멍해졌고,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나"라며 비통함을 전했다.
8일 추락한 남해해경청 소속 S-92 헬기에 탑승했다가 숨진 황현준(27) 경장의 아버지가 심경을 전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황씨는 "아들은 해군에서 전탐 부사관으로 5년 근무한 뒤, 해경에 특채로 들어가 계속 헬기에서 전탐 직무를 맡았다"며 "인천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하다가, 새 헬기 기종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해 부산으로 배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지난 설 명절 이후로 얼굴은 못 보고 전화만 가끔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추락 헬기 승무원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근무한 동료는 사고 소식을 접한 순간을 떠올리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출동부터 상황대응까지 함께 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부산항공대 정상태 안전팀장(경감)은 "야간에 헬기가 함정에 착함하는 게 고난도 임무기 때문에, 착함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가 함정으로부터 추락했다는 연락을 받고 거의 정신을 놓을 뻔했다"며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였다.
이어 "대원들은 당직 중에 지령을 받아 출동한 상황이었다"며 "전탐사 황 경장에게 '함정을 찾기 쉽도록 지상에서 도와줄 테니 조종사와 의사소통 잘 하라'고 한 뒤, 부기장 정 경위에게 '안전하게 임무 수행하라'고 말을 건넨 게 그들과의 마지막 대화였다"고 덧붙였다.
8일 추락한 남해해경청 소속 S-92 헬기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의 동료인 부산항공대 정상태 안전팀장이 대원들의 마지막 모습을 전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정 팀장은 "숨진 정 경위는 해경에 들어오기 전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침마다 운동하는 등 자기관리에 철저한 인물이었고 팀에서 소통을 도맡아 직원들 모두가 좋아했다"며 "황 경장은 항공대에서 본인 임무인 전탐에 더해 시설 업무까지 맡는 등 막내로서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실종된 차 경장은 엔지니어로서는 최고의 능력을 갖춘 대원으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쉬지 않고 항공기와 함께하는 친구였다"면서, "출동 전에도 항공기 정비 업무를 하느라 마지막 모습을 못 봤는데, 얼른 우리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며 바람을 내비쳤다.
이날 사고는 오전 1시 32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남서쪽 370km 해상에서 남해해경청 항공단 부산항공대 소속 S-92 헬기가 이륙 직후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부기장 정두환(50) 경위와 전탐사 황현준(27) 경장이 숨지고, 정비사 차모(42) 경장이 실종됐다.
해경 경비함이 8일 오전 1시 32분 제주 마라도 서남방 370km 해상서 추락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S-92 헬기를 수색하고 있다. 남해해경청 제공
기장 최모(46) 경감은 해경 경비함에 의해 구조됐으나,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해경은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으며, 숨진 승무원 2명의 시신을 실은 헬기는 이날 오후 2시 40분쯤 부산해양경찰서에 도착해 부산시민장례식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