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스포일러 주의
전편의 실망을 딛고 관객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마법 세계는 더욱 강력한 카리스마의 캐릭터와 귀여운 동물들의 활약으로 돌아왔다. 이번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신작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위험한 시대 속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한 인물에 대한 마법 세계의 경고를 담아 보다 어둡게 관객들을 찾는다.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에 마법사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의 힘이 급속도로 커진다. 덤블도어(주드 로)는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에게 뉴트의 형이자 영국 마법부 산하 오러 본부 수장 테세우스 스캐맨더(칼럼 터너), 위대한 마법사 가문 후손인 유서프 카마(윌리엄 나딜람), 마법 학교의 능력자 랠리 힉스 교수(제시카 윌리엄스), 머글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 등으로 이뤄진 팀에게 임무를 맡긴다.
뉴트와 친구들은 머글('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보통 인간'을 가리키는 말)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와 추종자들, 그의 위험한 신비한 동물들에 맞서 세상을 구할 전쟁에 나선다. 한편 전쟁의 위기가 최고조로 달하자 덤블도어는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 수 없게 되고, 서서히 숨겨진 비밀이 드러난다.
외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인기를 끌었던 기존 작품을 근거로 새로 만들어낸 작품)이자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중 3번째 작품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감독 데이빗 예이츠)은 전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보다는 나은 면모를 보여준다.
1930년대라는 배경과 그린델왈드의 정치적 야망은 파시즘(모든 국가주의적 전체주의 운동이나 그 정부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비판과 경고를 보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순혈 마법사와 머글로 경계를 그은 그린델왈드는 머글을 '짐승'이라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머글들의 세계를 마법이란 무력이자 권력으로 정복한 다음 그들을 노예로 삼겠다는, 자신을 비롯한 소수 외에는 짐승 취급하는 그린델왈드의 광기는 히틀러를 떠오르게 한다.
특히나 독일 마법부를 배경으로 펼쳐 치는 선거 운동과 집회는 노골적으로 파시즘과 히틀러를 연상하게 한다. 친(親) 머글과 반(反) 머글 세력의 균열, 그들을 가로지르는 음모와 불순한 의도를 드러내는 지도자, 광기의 카리스마로 무장한 지도자를 숭배하고 복종하며 그를 주축으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세우고자 하는 이들, 선거라는 합법적인 수단을 바탕으로 파시즘을 새로운 세계의 가치관으로 구축하려는 모습 등 역사와 현실이 마법 세계에서 재현된다.
이처럼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자체는 신비로운 마법과 마법 동물이 등장하는 모든 세대를 위한 영화지만, 이번 시리즈의 중심에 놓인 이야기는 보다 어른스럽고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영화 속 대사로도 나오지만 위험한 시대에는 위험한 인물이 지도자가 된다는 역사의 교훈이나 현재를 향한 경고는 이번 작품의 가장 강렬하고 현실적인 메시지이자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외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이러한 어두운 분위기를 완성하는 것은 새로운 그린델왈드 역의 배우 매즈 미켈슨이고, 그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라 말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캐릭터에 걸맞은 배우를 섭외하는 것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한 전 그린델왈드 조니 뎁은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나 중후함이 대척점에 놓인 주드 로의 덤블도어에 비해 비교적 가벼웠다.
새롭게 합류한 매즈 미켈슨을 통해 그린델왈드가 가진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와 장악력이 완성됐다. 위험하고 음험한, 그리고 두려움마저 자아내는 미켈슨의 분위기가 악역으로서의 타당성과 설득력을 제대로 부여한다. 특히나 이번 영화에서는 정치적인 카리스마와 공포를 자아내야 한 그린델왈드였기에 미켈슨의 스크린의 장악력은 큰 힘을 발휘했고, 이로써 덤블도어와의 캐릭터적인 힘의 균형이 맞아떨어지게 됐다.
다만 덤블도어의 비밀과 덤블도어 가문의 비밀 그리고 크레덴스의 이야기, 여기에 그린델왈드의 정치적 야망과 제이콥의 이야기가 서로 얽혀서 진행되어 가는 과정에서 '신동사' 시리즈의 주역인 뉴트는 단순한 조력자에 그친 느낌이다. '신동사' 시리즈가 자체 시리즈로 이야기의 줄기를 뻗어가기보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의 연계에 중점을 두면서, 그리고 총 다섯 개의 시리즈 중 중간에 위치한 시리즈로서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물론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파생된 시리즈이긴 하지만 스핀오프라는 것이 기존 인기 작품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새로운' 작품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독립적인 시리즈로서의 매력은 '신동사' 1편에 비해서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뒤섞여 진행되다 보니 어느 한 점으로 모이는 집중력은 떨어지고, 각자의 이야기가 한 번에 해결되기 위해 이야기 사이 연결은 다소 헐겁다.
외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그러나 원작자이자 '신동사' 시리즈를 통해 각본가로 데뷔한 J.K. 롤링 단독으로 진행됐던 전편과 비교해 공동 각본가로 '해리 포터' 시리즈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을 집필한 스티븐 클로브스가 참여하며 이번 시리즈는 훨씬 안정적인 서사를 보인다. 모호했던 서사와 캐릭터는 전편보다 보완됐고, 흐릿해졌던 마법은 이전보다 많이 선명해졌다.
새롭게 등장한 여성 캐릭터인 힉스 교수가 주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점은 반가운 지점이다. 여기에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귀여운 마법동물들, 특히 보우트러클 피켓과 니플러 테디의 환상적인 케미와 활약을 보면 절로 웃음 지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전편보다 나은 시리즈를 보인 '신동사'이기에 다음 시리즈를 다시 한번 믿음을 갖고 기다리고 또 기대하게 된다. 우리가 꿈꾸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마법 세계와 동물들을 스크린에 소환할 것이란 믿음 말이다.
142분 상영, 4월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메인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