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0년 지기'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아빠찬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윤심(尹心‧윤 당선인의 의중)에 따른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인사청문회 강행을 통한 정면 돌파에 윤심이 실리면서 당 안팎에선 임기 초반부터 위기를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불붙은 '자녀 의대 편입' 논란…청문회 강행하겠다는 尹心
정 후보자는 지난 10일 새 정부 보건복지부 수장으로 지명된 직후 자녀들의 의대 편입‧병역 특례 의혹 등이 터지며 도마에 올랐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고위직으로 재직하던 동안 아들과 딸이 경북대 의대에 학사로 편입에 성공한 것을 두고 입시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 후보자는 "어떤 부당 행위도 없었다"고 반박한 상태다
. 윤 당선인과 인수위 측도 일단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상황에서 사전 낙마는 없다며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병역비리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앞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 의혹을 '조국 사태'와 빗댄 데 대해
"조국, 조국 그러는데 진짜 조국 문제와 비슷한 게 있으면 이야기를 해달라"며 "입시와 병역문제에 있어서 팩트가 밝혀진 게 있으면 얘기를 해보라"고 발끈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정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임자인지 판단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진실이 밝혀진 바탕 하에서 모든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전날
윤 당선인이 '확실한 부정의 팩트'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에 떠밀려 장관 인선을 철회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선인 측근 조직과 인수위를 중심으로 '청문회 강행' 기류로 수렴되고 있다. 이른바 윤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측근 그룹들은 윤 당선인과 보조를 맞춘 셈이다.
"조국 사태" 우려에 터진 공개 반발…"지방선거에도 악영향"
국민의힘 내부에선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1990년생인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적극적 위법행위가 없었다고 해도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1993년생인 박민영 대변인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정 후보자 의혹이 점입가경"이라며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 탈락 후 윤 당선인 지지를 선언했던
하태경 의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본인은 자진 사퇴하고 대신 철저하게 수사를 요청해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달 취임식을 앞두고 윤 당선인의 정국 주도권 강화를 위해 그동안 내각 인선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공개 반발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후보자 관련 논란이 거세지면서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에 대한 공천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밑바닥 민심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입시 문제는 여론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라며 "내가 윤 당선인이라면 인선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도 통화에서 "인수위 내부에서도 결국 정 후보자의 사퇴 수순을 계획하면서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시간을 더 끌면 지방선거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사진기자단윤 당선인의 의중만 살피면서 '검증 부실'로 인해 결국 현 사태를 불러온 데 대한 책임론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윤 당선인의 측근이자 인사 검증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주진우 변호사를 공개 비판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주 변호사는 당내 경선 때부터 윤 당선인 캠프에 합류, 지금은 대통령실 인사수석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당내 한 초선의원은
"'의대 편입' 문제는 서류만 봐도 이해충돌 논란이 딱 보이는데 대체 뭘 검증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고,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인사 관련 권한이 있다고 휘두를 땐 언제고, 막상
사고 터지고 나니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윤심'논란…"어느 정도 명분은 갖춰야"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윤심이 작용하면서 당내에선 공천 불복과 번복 등 논란이 일었다. 지난 14일 강원지사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김진태 전 의원은 주말 동안 단식 농성을 벌인 끝에 황상무 전 KBS앵커와 경선을 치르게 됐다. 김행 공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회의 후 "강원도지사 공천은 김 전 의원과 황 전 앵커를 경선에 붙이기로 의결했다"고 했다. 공관위는 이날 오전 5‧18 및 불교 폄훼 발언 등에 대한 김 전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김 전 의원이 즉각 사과했다. 김 전 의원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해 경선으로 선회했다는 게 공관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황 전 앵커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초반부터 윤 당선인 캠프에 합류해 TV토론팀에서 활동하는 등 기여했던 부분이 당초 김 전 의원의 컷오프 조치에 영향을 줬다는 게 중론이다. 김 전 의원이 단식 투쟁을 불사하며 강력 반발한 데다, 당 최고위가 재심 결정을 내리면서 경선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당내 한 의원은 통화에서 "
김 전 의원을 경선도 안 붙이고 컷오프 할 거라면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 TF' 단장으로는 왜 활용한 것이냐"며 "당선인 주도권이 쎈 초반이라도 해도 어느 정도 명분은 갖추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