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처가에서 보유해온 청계천 일대 토지를 과거 한 시행사가 주변 시세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처가는 해당 토지의 고가 매매로 50억원 상당 차익을 남겼는데, 당시 땅을 산 시행사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정책특보를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한 후보자의 이력에 비춰 이같은 고가 매수에 일종의 특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지가 4.3배 '고가 매수' 의심
19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처가는 2007년 2월 28일 서울 중구 장교동 22-22번지의 소유권을 '강호AMC'(舊 파크AMC)라는 시행사에 넘겼다. 면적 약 225.4㎡의 토지로, 강호AMC는 이를 57억원에 사들였다. 1㎡당 약 2530만원 수준이다. 당시 해당 토지의 1㎡당 공시지가인 589만원과 비교할 때 4.3배 높은 가격이었다.
과거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이 낮다고 치더라도, 한 후보자 처가 땅의 거래가는 주변보다 월등히 비쌌다. 같은날 매매된 장교동 22-20번지의 경우 1㎡당 공시지가가 800만원이었는데, 강호AMC는 해당 토지에 건물까지 포함해서 1㎡당 약 1750만원에 매입했다. 공시지가 대비 2.2배에 불과했다. 장교동 22-20번지의 총 면적은 315.1㎡로 한 후보자 처가 땅보다 90㎡나 넓었지만, 결국 거래가는 55억2856만원으로 오히려 더 싼값에 팔렸다.
같은 블록에 위치한 장교동 △22-1 △22-3 △22-4번지도 마찬가지였다. 강호AMC는 3개 필지를 2007년 10월 16일 한꺼번에 사들였다. 3개 필지의 1㎡당 평균 공시지가는 약 1160만원으로, 한 후보자 처가 땅의 공시지가보다 2배가량 높았다. 필지의 일부가 대로변과 맞닿아 있는 등 입지도 더 좋았다. 하지만 강호AMC는 이들 3개 필지를 매입하면서 한 후보자 처가 땅에 매긴 1㎡당 2530만원에도 못 미치는 2360만원을 지불했다. 공시지가의 2.03배 정도였다.
한 후보자 처가 땅과 맞붙어있는 장교동 22-23번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강호AMC는 2008년 1월 11일 장교동 22-23번지 일대 면적 약 121㎡의 토지를 30억125만원에 매입했다. 한 후보자 처가가 땅을 판 시점보다 1년이 지났지만 1㎡당 가격은 2480만원으로 더 싸게 매겨졌다. 해당 필지의 1㎡당 공시지가인 900만원과 비교하면 2.75배 정도였다.
당시 등기부등본상 매매목록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등을 종합할 때, 결과적으로 강호AMC가 사들인 장교동 22번지 일대 토지 가운데 1㎡당 거래가가 공시지가의 4.3배에 육박하는 사례는 한 후보자 처가 땅이 사실상 유일했다. 2.3배 안팎에서 매매된 다른 토지들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비싸게 책정돼 고가(高價) 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특혜 있었나"…매수자는 MB 정책특보
장교동 22-22번지 일대의 현재 모습. '롯데시티호텔 명동'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주변 시세를 훌쩍 넘어선 고가 의심 거래로 한 후보자 처가가 남긴 차익은 많게는 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 처가는 부친으로부터 1992년 9월에 장교동 토지를 상속 받았는데, 현재 남아있는 기록상 해당 필지의 취득가는 1993년 1월 기준으로 약 2억9437만원이었다. 상속 받은지 15년도 채 안돼 20배 달하는 57억원에 땅을 팔아넘긴 것이다. 당시 청계천 개발 상황을 잘 아는 한 시행업자는 "공시지가의 4배가 넘는 가격에 토지를 사들인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일종의 특혜를 노리고 토지가를 높게 부르는 '알박기'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차익 약 50억원 가운데 한 후보자의 배우자 몫은 약 7억여원 정도로 추산된다. 상속 당시 한 후보자의 배우자를 포함한 자녀 5명이 2/13씩, 모친은 3/13의 비율로 토지 지분을 물려받은데 따른 계산이다. 실제로 한 후보자는 2007년 5월 국무총리 당시 제출한 재산내역에서 처가가 보유한 장교동 일대 토지를 7억1371만원에 처분했다고 신고했다.
이같은 고가 거래 의혹은 강호AMC의 배경과도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한 후보자의 처가 땅을 매입한 2007년 당시 강호AMC는 매출액 1억7300만원에, 당기 순손실만 254억원에 이르는 부동산 개발업계의 '무명'이었다. 그런 강호AMC가 한 후보자 처가 땅을 비롯해 장교동 일대 땅을 사들이며 청계천 개발 사업에 뛰어들자, 당시 업계에서는 '숨은 조력자가 있는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강호AMC의 회장을 지낸 동모씨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특보를 맡은 인물이라는 점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한 후보자의 처가 땅이 주변보다 고가에 팔린 데에 동씨가 개입한 모종의 특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동씨는 과거 토지 브로커로 활동하며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던 김성한씨의 불법 로비 사건에 관여한 전력도 있다. 한 후보자는 2008년 2월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만인 2009년 2월 장관급인 주미대사에 임명됐다.
인수위사진기자단한 후보자 측은 이같은 처가 땅의 고가 거래 의혹에 "한 후보자 본인 소유의 땅이 아니라 소상히 알지 못해 현재로서는 (고가 거래 여부가) 파악이 안 된다"며 "추후 국회에서 질문하면 그때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강호AMC 측은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