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2박 3일 간의 한국 방문 중 첫 공식 일정으로 20일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 바이든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비공개로 반도체 제조시설을 시찰했다.
이날 오후 7시 40분쯤 1시간 넘는 시찰 등을 마치고 등장한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 이어 반도체 협력을 주제로 공동 연설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을 소개해 줘서 감사하다"며 이 부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를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하고는 "한국처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함께 공급망 회복을 위해 함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 연설에 앞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라 할 수 있는 평택에 와주신 것에 대해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며 "삼성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또한 미국과 아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양국 정상을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과 5월 백악관에서 주요 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반도체 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공급망 대책회의에도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지난 3월 회의에서는 화상으로 참여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부문 사장을 소개하며 "삼성은 텍사스에 170억달러(약 20조원)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통해 2천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고, 11월 신규 공장 부지로 기존 공장이 있던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인접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확정했다.
백악관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한미 동맹으로 미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을 부각했다. 백악관은 삼성전자의 평택 공장은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새 공장의 모델이라고 소개하고, 이 공장이 고임금 일자리 3천개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 방문은 한미 동맹이 미국 제조업 투자와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고 공급망을 강화하며 미국 중산층을 위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2020년 기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620억달러(약 78조원)에 이른다. 특히 이 투자로 9만4천명 이상의 미국인 생계를 책임지는 등 한국이 미국의 가장 큰 무역·투자 파트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취임 이후 첨단산업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자국 내 제조시설을 확충하는 데 매진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있어 한국 기업은 미국 현지에 반도체(삼성·SK), 배터리(SK·LG) 전기차(현대차) 등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공급망의 주요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추가 제조 능력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부터 반도체 업계가 미국 내에 80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고, 그 중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끝으로 미국 내 반도체 업계에 520억 달러(약 66조원)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의회가 조속히 통과시킬 것도 촉구했다. 미국 양원은 최종 조율을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인데 일부 의원들이 일부 의원들이 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안보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의 시작을 알린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든든한 지원사격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의 제공뿐 아니라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오늘 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