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출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커진 한국전력의 적자 규모에 이번 달 말 결정되는 3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모두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새 정부가 최근 물가 급등의 부담을 지고서라도 인상 결정을 단행할지 주목된다.
7일 한전에 따르면 이달 3분기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에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산업부도 연료비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 환경요금으로 구성된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발전에 사용되는 연료 가격 변화를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직전 1년간의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에 직전 3개월의 평균 연료비인 '실적연료비'를 가감해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새롭게 책정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연말 기준연료비를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했고,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렸다. 이에 2분기부터 전기요금은 kWh당 6.9원 오른 상태다.
다만 연료비와 관련된 요금은 인상하지 않고 0원으로 동결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속도로 오른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발전 원료 가격 부담을 한전이 모두 떠안으면서 1분기에만 7조8천억원 적자를 낸 상황이다.
연합뉴스이에 한전은 사실상 제대로 가동된 적 없는 연료비 연동제를 이번엔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조정할 수 있다. 지난 2분기 전기요금 조정 당시 요구한 것처럼 3분기에 3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조정안을 작성한 후 산업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다만 물가안정법에 따라 논의 과정에서 산업부는 미리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산업부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올 때 내는 전력시장가격(SMP)에 상한을 정하는 등 한전의 적자를 막기 위해 시장규제 방안까지 내놨지만 결국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러-우 전쟁의 장기화에 때이른 무더위와 가뭄 등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가중되며 물가상승세가 거세지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3분기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릴 경우 물가상승률이 6%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