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전쟁이 국제적인 관심에서 멀어질까 우려됩니다"
볼로디미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이 넘어서가면서 전쟁 장기화의 조짐이 깊어지고 있다. 길어지는 전쟁에 여론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느리지만 끈질긴 '중세전략' 택한 러시아, 전사자 속출
100일을 넘긴 전쟁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침공 초반에 수도 키이우를 공략하려다 실패한 러시아는 전략을 수정해 동남쪽 돈바스 지역에 공세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극렬히 저항중이다. 인명 피해도 크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우크라이나군의 하루 전사자는 60~100명에 달했다. 1968년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 전사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연합뉴스러시아는 전쟁 중반부터 태세를 전환해 '중세적인 소모전 전략'을 택했다. 초반처럼 전차를 앞세운 신속 기동을 하지 않고, 재래식 포대를 배치해서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는 전략이다. 느리지만 이런 중세식 전략이 조금씩 먹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 등은 로봇 등 최첨단 무기 지원을 약속했지만 신형 무기들이 전장에 투입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려, 그 사이 러시아의 공격은 맹렬해지고 있다.
외교적 협상은 완전히 멈춘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을 받는다면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며 "그동안 공격하지 않았던 목표물을 타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돈바스 전선의 최대 격전지인 세베로도네츠크에 사상자가 속출하는데도 "우리의 영웅들은 이 도시의 진지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전쟁 장기화에 여론 향배 관건, 외교 채널 가동은 어려워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최대 관건은 여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에 전세계에 전쟁 반대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이는 미국과 유럽 등을 똘똘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지만 전쟁이 한없이 길어지면 국제적 여론도 식을 수 있다. 젤렌스키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지점이다.
전쟁 기간에 비례해 에너지와 식량 대란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세계 원자재 현물가격 지수는 천연가스·밀 등의 가격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공동 보고서에서 세계 곳곳에 식량 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에너지란과 식량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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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지만 외교적 채널이 가동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서는 안된다"며 외교적인 채널 유지를 언급했다가 우크라이나 측에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에 굴욕감을 안기는 것은 바로 러시아 자신"이라면서 "모두 러시아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집중해야 평화를 가져오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마크롱 발언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