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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색 짙어진 '외교·안보'의 빛과 그림자

대통령실

    보수색 짙어진 '외교·안보'의 빛과 그림자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됐다. 전 정권의 검찰총장에서 정치에 입문한 지 채 일년도 되지 않아 당선된 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을 거쳐 취임 당일부터 국민과의 약속대로 청와대를 개방하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첫 대통령이 됐다. CBS는 용산 시대 개막에서부터 한미정상회담, 민생안정, 경제 우선, 북핵 문제 등 외교와 안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 출신 인사 편중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한 달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尹 취임 한 달]
    '핵에는 핵으로'···한미 '포괄적 전략 동맹' 계승·발전
    자유·민주주의 등 보편가치 기반의 국제 협력···'민족' 강조하던 文과 달라
    한일 관계도 전환점 임박···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은 이달 열릴듯
    한·미·일 공조 움직임에 中과 멀어질 듯···7차 북핵실험도 임박하며 한반도 군사적 위기감 상승
    "北·中과 경색 관계 불가피···미국으로부터 충분한 보상과 지원 받는 게 외교·안보 성패 좌우"

    ▶ 글 싣는 순서
    尹취임 한 달…'경제우선' 행보, '검찰편중' 인사
    보수색 짙어진 '외교·안보'의 빛과 그림자
    (계속)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안보 노선은 한미 포괄적 전략 동맹, 국제공조를 통한 글로벌 이슈 대응, 한일 관계 개선 등으로 요약된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북한을 군사적 억지력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보수적 외교·안보 색채가 뚜렷하다.

    한중 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택하고,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남북미 간 대화를 시도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다른 노선으로 평가된다.


    핵에는 핵으로…경제·기술도 동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한미 동맹의 진화'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한미동맹 관계가 더 튼튼해지고,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그런 동맹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취임 10여일 만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이래 가장 단기간에 미국 대통령과 만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박 3일 동안 매일 같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양국 정상의 '케미'를 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과정인지 개인적인 경험과 정치에 등장한 배경 등을 (양국 정상이) 공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며 "케미가 굉장히 잘 맞아서 다른 쪽으로 화제를 바꾸기 힘들 정도로 환담이 이뤄졌다"고 회담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한미동맹의 발전으로 평가되는 대목은 기존의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암시하는 부분과 경제·기술 협력 역시 동맹의 범주에 포함됐다는 부분이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정상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핵'이 공동성명에서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확장억제 공약' 역시 미국의 전략자산(핵잠수함,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을 활용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미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이런 미국의 전략자산(핵잠수함,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을 포함한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기조로 한미동맹을 진화시키는 방향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말기 때부터 생겨난 것이고, 윤석열 정부는 이런 방향성에 더 힘을 싣는 모습"이라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핵'을 명기하거나 경제동맹의 구체적 내용을 넣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미국의 전략자산이나 전술핵 배치와 같은 부분은 추후에 논의하기로 미뤄 놨기 때문에 여전히 안보 불안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또 미국의 억지력에만 의존할 경우, 한반도 문제가 북미 간 문제로 성격이 바뀌고, 우리나라는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족 공조'에서 '국제 공조'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또다른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변화는 '가치' 중심의 협력 체제 구상이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끼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인 것이다.

    특히 이런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는 글로벌 경제 협력과 맞물린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가 대표적인 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일본에서 IPEF 출범을 알리는 첫 정상급 화상 회의에서 "IPEF 출범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역내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한국은 IPEF가 포괄하는 모든 분야에서 경험을 나누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는 최근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그리고 지난해 중국발 '요소수 대란'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경제에 특정 국가의 정치적 개입 영향력이 컸던 사례들이다.

    대통령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19일 기자들과 만나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AI가 인간을 위해 사용되는 게 아닌 차원에서 활용될 수도 있다"며 "그래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기술동맹 체제가 그동안 주창되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기조 속에서 더 이상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 등 글로벌 이슈에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장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지원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외교적 노선은 한반도, 한민족 등에 방점을 찍어 종전선언까지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평양 5.1경기장에서 평양 시민들을 상대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며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 번영과 자주 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남북 정상이) 굳게 약속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일관계도 개선될듯…'하늘길'부터 연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왼쪽)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조현동 외교부 1차관(왼쪽)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도 높다. 한일 간 경색된 관계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데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도 작용하고 있다.

    당장 양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김포-하네다 노선을 이달 중순쯤에는 운항 재개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관계의 전환점은 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에서 성사될 수 있는 한일 정상회담에 달렸다. 아직 양국 모두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 짓지 않았지만, 참석이 유력한 상태다.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양국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만난다면, 2년 반 만에 양국 정상이 만나는 셈이다. 2019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양국 정상의 교류는 끊긴 상태다.

    일본의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윤석열 정부는 관계 개선의 여지를 높게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위안부 등 과거사가 다시 문제될 것 같은데 해법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미래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 한일 간 문제가 원만하게 잘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北핵실험 임박'…다시 찾아온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

    북한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의 모습. 연합뉴스북한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이같은 외교·안보 노선은 결과적으로 중국과 멀어지고, 북한을 고립키시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당장 실감되는 문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다.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거의 9일에 한 번씩 크고 작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섞어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5년 만에 다시 한반도에 핵 위협이 도래한 셈이다.

    이미 한미 당국은 이런 위협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워싱턴 현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북한의 행위는 한국, 일본과의 동맹의 강력함을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 역시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중국의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CEP)에 대항하는 모델로 만들어진 IPEF의 참여와 한·미·일 공조 조짐 등은 중국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은 당장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한 비판은 자제하는 대신 IPEF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2일 파키스탄 외무장관 회담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IPEF에 대해 "분열과 대항을 만드는 도모에는 반대한다"며 "미국은 중국의 주변 환경을 바꾸겠다고 하는데, 목적은 중국 포위이며 아태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주의의 앞잡이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제·무역 보복 등을 우려하고 있으나, 개방·투명·포용을 원칙으로 하는 IPEF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 우리나라에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IPEF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ASEAN) 국가 등 14개국이 참여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은 선명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국들도 우리와의 관계를 고민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고, 예측가능한 관계가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선명한 외교 메시지는 좋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도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으나, 그 모호성을 너무 오랜 기간 유지하면서 주변국들과의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중국의 압력이 거세지는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라며 "이런 요소를 상쇄할 만큼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충분한 보상과 지원들을 얻어내는 외교 역량이 필요할 것이고, 그게 외교·안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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