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쥔 주유엔 중국대사. 연합뉴스한반도 시계가 4년 6개월을 거슬러 2018년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북한이 언제든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한미 양국의 정보 판단도 실시간 보도되는 등 한반도 긴장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와는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위기를 긴장시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장군 멍군식으로 긴장 수위를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북한 핵문제의 복잡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도, 금융시장도 이를 알고 있기에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며 '날 좀 보소' 시위를 하건, 한미 군 당국이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히건 특별한 동요를 하지 않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북한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던 진보정권이 물러가고 선제타격까지 들고 나오는 용감한 보수정권이 들어섰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점점 해결점에서 멀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북미가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를 꿰기 직전까지 갔던 상황을 목격했다. 세기의 만남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지막에 합의를 거부하고 수모를 당한 북한이 긴장 수위를 점점 높이는 와중에 한국과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북핵 문제의 키는 결국 북한과 미국의 쥐고 있다. 그 사이에서 한국과 중국의 역할도 크겠지만 관건은 북한과 미국의 합의이다. 북한이 더 이상 제재를 못 견디겠다며 손들고 나서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점점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이 뒷배로 있는 한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겉으로는 대화의 문을 열어둔다. 북한이 외교적 길을 찾길 바란다며 선행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멘트를 빼놓지 않는다.
북한 핵 실험실. 연합뉴스그런데 그 뿐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다보니 대화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서명 직전까지 갔던 북미합의가 무산됐는데 그냥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것은 국제 외교의 장에서 보면 그냥 '면피용'으로 하는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유엔 주재 중국 대사인 장쥔이 8일(현지시간) 지난달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추가제재결의안에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를 밝히면서 한 말에 중국과 북한이 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있다.
그는 한반도의 현재 상황은 긴박해지는 것은 "미국의 정책 뒤집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2018년 비핵화 조치에 나선 이후 미국 측은 상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특정 영역에서의 대북 제재 완화와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장쥔의 말에 우리 정부도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북한이 도발할 때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그 전에 새 정부는 북한을 어떻게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이니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두 번의 보수 정권에서 이미 증명됐다. 따라서 그토록 비판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는 전혀 다르면서도 북한에 대화의 미끼를 던질 수 있는 쌈빡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 밑그림 조차 보이지 않는다. 남북이 다시 긴장과 대결 구도로 들어가는데 속에 새 정부의 스탠스에 의문이 앞선다. 새 정부는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