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배현진 최고위원과 갈등을 논쟁을 벌이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급히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20일 이준석 당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비공개 회의 내용의 언론 유출을 두고 공개 충돌했다.
말싸움이 격화되며 최고위원회의는 비공개 전환 직후 파행됐고, 이준석 대표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만류에도 자리를 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가 공개·비공개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비공개 회의 때 내용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돼 보도되는 상황 발생해서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고 안건 처리만 하겠다"며 "현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공개 모두 발언에 붙여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비공개 회의 때, 국민의당 몫으로 안철수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들을 수용할 지 여부와 당 내 혁신위원회 운영 방향 등을 두고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이 '땡깡', '졸렬', '사조직 오해' 등 거친 발언이 오갔던 것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된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자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 내용이 사실상 모두 언론에 공개된다는 취지로 "속사정을 터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낱낱이 공개돼 낯 부끄러울 때가 셀 수 없이 많았다"며 "현안 논의를 안 할 것이 아니라 비공개 회의를 좀 더 철저히 단속해서 당 내 필요한 내부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가야 할 것 같다"며 반격에 나섰다.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이 대표는 "공지한대로 비공개 회의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고, 국제위원장 임명 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시면 어쩌느냐"고 다시 반발했다.
두 사람은 서로가 비공개 회의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말싸움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특정인이 참석했을 때 특히 유출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와서 더 이상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언급했고, 배 최고위원은 "대표가 의장인데, 여태까지 단속이 제대로 안됐고, 심지어 본인께서 언론에 나가서 이야기한 걸 누구의 핑계를 대느냐"고 반박했다.
두 사람 사이에 앉아 있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난처한 표정으로 두 사람 손까지 각각 잡아가며 중재에 나섰지만 언쟁은 계속됐다. 결국 권 원내대표가 비공개 회의로 전환을 선언하며 이 대표의 마이크를 꺼버렸고,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 전환 3분 여만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던 중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회의 이후에도 앙금은 이어졌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회의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말했지만 최고위 논의들이 특정인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유출이 된 것 같다"며 "지속되면 현안 논의가 무의미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과열된 것을 냉각하기 위해서라도 비공개 현안 논의를 잠시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최고위원은 "오늘 대표의 메시지는 누군가를 탓하게 끔 오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됐다"며 "비공개 회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내부 단속을 하시면 될 일이다. 본인도 언론이나 유튜브 나가서 많이 하셨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이게 다 대표가 만드는 것"이라며 "세상에 어떻게 여당을 이렇게 끌고 가나"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가급적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구성원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것은 아니다"라며 "가끔은 너무 많이 유출되기 때문에 실무자들을 배석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지만, 각자의 가치관에 따를 일"이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