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제공 오는 9월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561만 세대(992만명)가 매달 내는 평균 보험료가 현행 15만원에서 11만 4천원으로 3만 6천원(24%) 내려간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개인사업자들의 경우, 소득 외 재산·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매기는 등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를 개선한 조치다.
반면 월급 외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 45만명은 기존보다 5만 1천원(15.1%) 오른 38만 9천원 정도를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29일 보건복지부는 앞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방안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개정안을 내일(30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정된 부과체계가 오는 9월 26일쯤 고지되는 9월분(分) 건보료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이른바 '월급쟁이'가 아닌 △1인 사업자 △일용근로자 △특수고용직(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은퇴자 등이다. 그간 직장-지역 가입자 사이 상이한 부과방식이 논란이 됐고,
일부 피부양자는 소득·재산 등 부담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회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피부양자의 소득재산 인정기준을 강화하고, 재산보험료 비중을 줄여가는 '소득중심 건강보험 부과체계 1·2단계 개편안'을 논의했다. 2017년 3월 여야 합의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2018년 7월부터 평가소득 폐지 등 1단계 부과체계 개편안이 시행됐고, 9월부터 2단계 개편안이 실시된다.
보건복지부 제공 2단계 개편에서는 구체적으로 지역가입자의 재산·자동차에 부과되는 건보료가 줄어든다.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한 세대의
기본 재산공제액은 현행 500~1350만원(재산구간별 차등 적용)에서 일괄 과표 5천만원(시가 1억 2천만 상당)으로 확대된다. 현재 재산이 있는 지역가입자 세대의 평균 재산과표는 1억 5천만원이다.
가령 공시가 2억 5천, 재산과표 1억 5천에 해당하는 시가 3억 6천만원의 주택을 가진 경우, 9월부터는 5천만원을 기본공제하고 남은 1억원에만 보험료를 부과받게 된다. 재산과표는 국토교통부 공시가격(시가의 약 70%)에 행정안전부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해 산출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지역가입자의 37.1%는 재산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전체 지역가입자 중 재산보험료 납부세대는 60.8%(523만 세대)에서 38.3%(329만 세대)로 감소할 전망이다.
평균 재산보험료는 세대당 월 5만 1천원에서 3만 8천원으로 인하가 예상된다. 복지부는 전체적으로 연간 1조 2800억의 재산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2단계 개편과 별도로 지역가입자 중 실거주 목적의 주택부채가 있는 세대(1세대 무주택·1주택 세대)의 경우엔 해당 부채액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어 보험료 부담은 더욱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약 74만 세대의 월평균 보험료가 2만 2천원 가량 깎이게 된다.
자동차보험료도 축소된다. 지금은 1600cc 이상 차량, 1600cc 미만이나 가액이 4천만원 이상인 차량 등에 대해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는데, 9월부터는 차량가액이 4천만원 미만인 자동차는 건보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매 당시 가격이 4천만원 이상이었으나 이후 가치가 하락한 경우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료 부과대상은 179만 대에서 12만 대로 떨어지게 됐다.
지역가입자 소득을 97등급으로 나눠 등급별 점수를 매겨 금액을 산정하는
소득보험료 산정방식은 소득에 보험료율을 곱하는 '소득 정률제'로 바뀐다. 기존 등급별 점수제는 계산 방식이 복잡하고, 저소득자에게 오히려 소득에 비해 많은 보험료가 산정된다는 '역진성' 문제가 발생했다.
9월부터는 직장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소득의 일정비율로 보험료가 부과되면 종합소득이 연간 3860만원 이하인 지역가입자는 소득 보험료가 낮아지게 된다. 보험료율이 현행 10.5%에서 6.99%로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소득이 1500만원인 경우, 현행 13만 770원에서 8만 7370원으로 보험료가 줄어든다.
보건복지부 제공 공적연금소득(국민연금, 공무원·군인·사학 등)과 일시적 근로에 따른 근로소득은 비율을 소득의 30%에서 50%로 조정한다. 소득 전체에 대해 부과되는 다른 소득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함이다.
최저보험료 또한 직장가입자와 동일하게 1만 9500원(연소득 336만원 이하)으로 일원화한다. 사회보험의 취지와 가입자 간 형평성, 제도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적정급여에 대한 적정 보험료로서 가입자의 '최소한의 부담'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최저보험료가 1만 4650원(연소득 100만원 이하)에서 4850원 오르게 되는
242만 세대의 인상액은 한시적으로 감면해주기로 했다.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고 물가 인상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2년간 기존 수준의 보험료만 내도록 인상액 전액을 깎아주며, 이후 2년 동안은 인상액의 절반만 부담토록 했다.
직장가입자의 월급 외 소득에 대한 부과기준은 강화한다. 종전에는 연간 보수가 아닌 소득이 34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보험료를 부과했지만, 이제 임대, 이자·배당, 사업소득 등이 연간 2천만원을 넘는 직장가입자들은 보험료 부과대상이 된다.
소득의 2천만원은 공제하고 그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만 추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대부분의 직장가입자는 보험료 변동이 없으며, 약 2% 정도만 월별 보험료가 33만 8천원에서 38만 9천원으로 평균 5만 1천원 오르게 된다.
과세소득 합산 기준으로 연 소득 2천만원이 넘는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새로 납부해야 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한국의 직장가입자 1인당 피부양자 수는 1명으로 독일 0.28명, 대만 0.49명 등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추가된 대상은 피부양자의 1.5%인 27만 3천명이다. 정부는 고물가 상황 등을 고려해 이들의 보험료를 2026년 8월까지 일부 경감해 주기로 했다. 신규 지역가입자가 되는 피부양자는 월평균 3만원의 보험료를 내게 되며, 연차별로 14만 9천원까지 단계적으로 부담수준이 조정된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으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연간 2조 4천억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또 5년 전부터 예정된 시행이었던 만큼
예측된 재정범위 내에서 시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단체나 개인은 다음달 27일까지 복지부 보험정책과로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