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메세나폴리스 신한플레이스퀘어에서 밴드 송골매의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송골매 배철수와 구창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림메이커 제공'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처음 본 순간' '빗물' '아가에게' '새가 되어 날으리' '모여라' 등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록 밴드이자, 그룹사운드의 '조상' 격인 송골매가 40여 년 만에 재결합한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며 지내 무대를 떠난 지 오래됐던 구창모에게 배철수가 계속해서 제안했던 것이, 2022년에야 비로소 실현을 앞두게 됐다. 구창모는 함께 음악을 하자고 했던 40여 년 전 배철수의 제안이 '숙명'이었다고 곱씹으며 송골매를 사랑했던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메세나폴리스 신한플레이스퀘어에서 '2022 송골매 전국 투어 콘서트 : 열망(熱望)'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방송인 배성재가 진행한 이날 행사에는 송골매 멤버인 구창모, 배철수가 참석했다. 여러 히트곡으로 1980년대에 큰 사랑을 받은 송골매가 40여 년 만에 다시 뭉쳐 전국 투어를 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굉장히 설렌다"라고 운을 뗀 구창모는 "그 옛날의 추억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배철수는 "설렘도 있습니다만, 사실 저는 걱정이 많이 된다. 예전에 송골매를 정말 좋아하셨던 팬들이 이번 공연을 보고 혹시라도 실망하시면 어떡할까. 젊은 시절에 저희들한테 오빠라고 불렀던 중년의 여성분들이 저희를 실제로 보시고 '아, 창모 오빠도 이제 많이 늙었네' 이렇게 걱정하실까 봐 제가 더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사람이 송골매로서 무대에 서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러 사정 때문이었다. 구창모는 "저 같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외에서 20년 넘게 생활했다. 그 바람에 국내에서 음악을 재개할 기회가 좀 없었다. 그 사이에도 배철수씨하고 계속 연락하고 만났지만, 오래전부터 이걸(송골매 공연) 꼭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고 저도 그걸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배철수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드림메이커 제공1990년 송골매 9집을 끝으로 33년째 MBC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DJ로 활약 중인 배철수는 "처음 DJ가 됐을 때는 음악계에서 은퇴했다는 생각은 못 했었는데, 한 5년 정도 진행하며 깨달았다. '아, 나는 음악에 대한 재능이 부족하구나. 음악을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구창모에게 송골매 공연을 적극 제안한 이유를 두고는 "10여 년 전부터 구창모씨를 계속 만나면서 저는 구창모씨가 노래 안 하고 있는 게 굉장히 아깝다고 생각했다. 재능 있고 노래도 잘하고 히트곡도 열 곡 이상인데, 왜 힘들게 사업을 하고 있을까. 사업은 자본금도 있어야 하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하지 않나. 노래는 마이크 하나만 들고 오면 되는데, 거의 (비용이) 들 게 없다. 몸만 건강하면 된다"라며 "오래 걸린 건가? 한 2년 전에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미뤄졌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 겨울에 시작하려고 했던 송골매의 전국 투어는 그로부터 약 2년 후인 올해 9월부터 시작한다. 배철수는 "음악이라는 게 시대 발전에 따라 트렌드도 바뀐다"면서도 "저희와 함께 호흡했던 세대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노래하면서 젊은 시절로 돌아갔으면, 무대 위 저희도 그렇고 객석의 여러분도 그렇고 젊은 시절로 그냥 한 번 타임머신을 타고 타임 슬립해보는 느낌으로, 편곡은 100% 오리지널로 할 것이다. 물론 노래는 (그 당시의) 100% 그대로 될 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송골매 7집부터 9집까지 베이스를 맡았고 일부 곡에 보컬로 참여한 이태윤도 참석했다. 이번 '열망' 투어의 음악감독을 맡은 이태윤은 현재 공연 준비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스태프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왜 인제야 하셨냐' 하는 거다. 창모 형은 보이스 컬러가 너무너무 기름지고 좋아지셨다는 거고, 1980년대 오리지널 키 그 음역으로 하셔도 될 텐데 왜 반 키나 한 키를 내리실까 하기도 한다. 한 번만 하고 끝날 게 아니라 여러 번 해야 하니까 그렇다. 또, 배철수씨는 1978년, 1979년과 똑같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이태윤 음악감독, 송골매 배철수, 구창모. 드림메이커 제공배철수의 친동생이자 '열망' 투어의 총연출을 맡은 배철호는 "평생을 음악 PD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았던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음악은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한 음악을 하고, 무대는 옛날 관객들이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과 40년 동안 발전한 화려한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할 예정이다. '아, 송골매가 이런 그룹이었지' 하고 추억을 되살리고, 성숙한 모습까지 더해 열심히 준비하도록 하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송골매는 록 음악을 대한민국 대중음악 신의 주류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당대 가수로서 어떤 메시지를 주려 했냐는 질문에 배철수는 "저희가 음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줘야겠다 생각하고 한 건 아니다. 그런데 그때 우리 사회가 굉장히 경직된 사회였다.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다 힘든 시기였는데, 송골매라는 팀이 당시 기성 가요계하고는 조금 달랐다"라고 답했다.
배철수는 "아마 무대 위에 청바지를 입고 온 거의 최초의 밴드였을 거다. 이전 저희 선배님들은 턱시도를 입으시고 나비넥타이를 매고 올라오셨다. 방송이란 건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였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올라온 걸 보고, 그 시대에 굉장히 힘들었던 젊은 친구들이 저희를 보고 대리만족을 했던 게 아닌가. 뭔가 약간 일탈의 느낌을 받았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구창모는 "그 당시는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하던 시절이었다. 우리 젊은이들은 장발하고 싶어 하는 남자친구들이 거의 다였다. 배철수씨도 어깨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던 시절"이라며 "청바지는 젊은이들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우리 경제력으로서는 무대복으로 입을 수 있는 게 청바지밖에 없었다. 모 방송사에 (청바지 입고) 출연했다가 굉장히 야단맞은 적이 있었다. 방송을 무시한다고"라는 일화를 들려줬다.
후배 가수 잔나비 최정훈, 엑소 수호는 송골매 곡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최정훈, 수호, 배철수, 구창모, MC 배성재. 드림메이커 제공
이날 행사에는 각각 '모두 다 사랑하리'와 '세상만사'를 리메이크한 후배 가수 엑소 수호와 잔나비 최정훈이 함께하기도 했다. 최정훈은 "아버지를 통해 송골매 음악을 들었는데 이 노래가 되게 록이구나, 이런 음악이 있었다고만 알고 있다가 자라면서 우리 밴드 음악의 '조상님'이고, 저희를 낳아주신 분, 뿌리이지 않나. 그래서 계속 듣다 보면 가사에서 오는 게 굉장히 컸던 것 같다. 철학적이고, 그때 당시 젊은이들만 할 수 있던 가사여서 저에게는 깊이 (다가)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호 역시 "이하 동문인데, 저도 가사를 쓰는 모든 노래 들으면서 가사를 봤을 때 시 같았다. 사랑, 우정, 꿈, 청춘, 인생… 왜 송골매가 전설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음악과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라며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리메이크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송골매의 '열망' 전국 투어는 9월 11~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9월 24~25일 부산 벡스코, 10월 1~2일 대구 엑스코, 10월 22~23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11월 12~1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된다. 내년 3월 중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뉴욕, 애틀랜타에서 해외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구창모는 "기대해 주시는 만큼 그 이상의 노력을 해서 좋은 무대, 좋은 노래, 그 옛날의 추억을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라고, 이태윤은 "요번을 계기로 (송골매가) 영원히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배철수는 "최선을 다한다는 건 말은 쉽지만 참 어렵다. 저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겠다. 기타도 열심히 치고 노래도 열심히 해 가지고 공연에 오신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