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현황도. 평택시청 제공경기도 유일 국제무역항인 평택항의 2종 항만 배후단지 축소 방안을 두고 지역사회와 정치권 등으로 반발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를 의식한 해양수산부가 개발면적 변경의 필요성을 내세우면서도, 변경안을 강행하기 보다는 합의점을 찾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보여 향후 추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평택 지역사회·정치권 '원안 유지' 한목소리
9일 평택시와 해수부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해수부가 항만 배후단지 개발 중간보고회에서 평택항 2종 배후단지를 3분의 1(183만 8천㎡→59만 5천㎡)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 뒤 지역사회에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평택시와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은 물류기업이 입주하는 선착장 인접의 1종 단지는 늘리면서, 이를 지원할 기반시설 등이 들어설 2종 단지만 축소하는 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지난 4월 평택항 2종 항만 배후단지 개발 면적 축소를 반대하는 당시 평택시의원들의 모습. 평택시의회 제공여느 항만과는 다른 평택항 만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반대 이유다.
평택항이 도심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사자들의 주거여건을 확보하고, 항만산업 관련 기반시설들을 구축하기 위해 충분한 부지를 확보해야 된다는 것.
더욱이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항만 시설만 채우느라 서부권은 병원이나 상가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낙후된 만큼,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기존 개발면적을 유지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평택항 배후단지를 중심으로 관광과 복합문화 시설 등을 확충함으로써 항만산업 활성화와 동·서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해수부가 2종 배후단지 면적을 축소한 객관적 근거(개발수요 산정 세부 기준 등) 제시를 요구하는 한편, 해양생태공원 조성과 전자상거래 특화구역 지정 등을 건의한 상태다.
지난 1일 평택시청 대회의실에서 평택항 2종 항만배후단지 개발면적 현실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평택시기자단 제공이 같은 맥락에서 평택시발전협의회, 평택항바로세우기운동본부, 평택항포럼 등 12개 단체가 지난 4월 규탄 집회를 여는가 하면, 이달 1일에는 민·관 합동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어 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평택을 지역위원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 서해안은 LNG기지·해군2함대·평택항 등 정부의 산업·안보 정책에 편입된 보안·통제구역으로 도시기반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2종 배후단지 축소 계획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시는 민간사업자가 확보돼 있고, 올 초까지도 기존 계획대로 구상안을 논의하며 추진해온 사업인데 돌연 면적을 크게 줄이려는 시도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상위계획이나 기타 여건에 변동사항이 없는데도 개발면적을 줄이겠다니까 이해가 안 된다"며 "일부 대기업이 개발 의지를 갖고 준비해온 만큼 기존 면적 유지를 위해 12월 사업 고시 때까지 시민사회, 정치권과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정장선 평택시장이 평택항 배후단지 등을 중심으로 한 지역 균형발전 구상을 담아 '서부지역 뉴 프런티어 선언식'을 개최했다. 평택시청 제공 해수부, 개발지연 우려 방점…"지역 의견 반영해야"
애초 해수부는 면적 축소 이유로 부지가 넓을수록 개발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개발 후 10년간 양도(매매·임대)가 금지되는 등 경제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발면적마저 과잉되면, 그 만큼 사업자 유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례로는 인천 골든하버를 들었다. 2종 항만 배후단지 조성이 지난 2020년 마무리되고도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주거단지와 상업시설 등이 미분양으로 방치돼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항만지역에 공동주택을 과도하게 지으면 소음과 조명, 매연 등에 대한 민원이 커져, 항만 지원을 위한 배후단지가 되레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 부산항, 인천항 등의 경우 배후단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선 뒤 선박 소음과 야간 불빛 등에 대한 민원이 빗발쳐 24시간 항만 운영에 차질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해수부는 2종 단지 면적이 넓을 경우 토지 관리권을 쥔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개별 건축허가 등 토지 소유권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평택항 내 선착장. 박창주 기자
이에 2종 부지를 줄이는 대신, 제조·물류·조립 등 항만시설이 조성되는 1종 부지를 늘려 전체 배후단지 면적(586만 9천㎡)은 유지하겠다는 게 해수부의 계획이다.
다만 지역의 반대가 거센 데다, 지자체의 건의사항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어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다시 2종 배후단지 계획 면적을 조정하는 등 타협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2종 배후단지 축소 계획은 개발수요를 미처 정량 측정하지 못한 데 대해 보완하는 의미"라며 "주변이 낙후돼 종합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등 지역사회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강행하기 보다는 요구사항을 충분히 수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택항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동차 수출입 처리량이 6년 연속 1위, 국제 여객수송 3위, 컨테이너 물동량은 4위를 기록한 서해안의 대표 무역 관문이다.
항만배후단지는 이런 해운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발하는 부지로, 화물의 조립·가공·제조시설·물류기업 등이 입주하는 1종 단지와 업무·상업·주거시설 등이 입주하는 2종 단지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