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시작한 ENA 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제공ENA 채널의 오리지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쓰고 있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4일 방송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6회 시청률은 전국 유료가구 기준 9.6%, 수도권 기준 10.4%였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1.8%까지 올랐다. 현재 방송 중인 수목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며, 2049 타깃 시청률도 자체 최고 시청률인 5.3%로 전 채널 1위를 차지했다.
6회 방송에서는 우영우(박은빈)와 최수연(하윤경)의 콤비 플레이가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멘토 정명석(강기영)은 피고인에게 과하게 감정 이입하는 최수연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영우를 최수연이 맡은 공익 사건에 투입했다.
우영우와 최수연은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계향심(김히어라)의 사건을 맡아 열정을 불태웠다. 탈북자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칼럼을 쓴 의사(서영삼)가 진단서를 끊어줬다는 점, 피해자 이순영(임성미)이 피고인들의 폭행으로 인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 등 새로운 사실을 발굴해 피고인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우영우와 최수연은 자식을 버리지 않기 위해 5년이나 도망자 생활을 한 계향심의 사정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지만, 지나치게 솔직한 계향심의 법정 발언 등으로 배심원 평의 결과는 7명 만장일치로 유죄, 양형 의견도 만장일치로 징역 4년이 나왔다.
반면 재판장 류명하(이기영)는 5년 후이긴 하지만 자수한 점을 특별 양형 인자로 참작해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를 내렸다. 이에 우영우와 최수연은 기본을 놓친 것을 반성하면서도, 재판장으로서 최대한 재량을 발휘한 류명하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0.9%로 시작한 '우영우', 이제 10% 코앞
지난달 29일 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 한바다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아직 시청자들에게 낯선 ENA라는 채널에서 방송함에도 불구하고 매회 시청률이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첫 회 1%가 채 안 되는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1.805%(2회), 4.032%(3회), 5.19%(4회), 9.138%(5회), 9.569%(6회)로 10% 돌파를 눈앞에 두었다. 지상파·종편이나 tvN처럼 널리 알려진 케이블 채널에서도 10%를 넘기는 작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상승세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입체적인 캐릭터, 탄탄한 극본, 따뜻한 정서, 생각할 여지
우영우 역을 연기한 배우 박은빈.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한 번 본 것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을 바탕으로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으나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우영우의 성장기다. 이전 작품인 영화 '증인'에서도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소녀 지우(김향기)를 주인공으로 했던 문지원 작가의 대본이 강점으로 손꼽힌다.
우선 자폐 증세가 단순화할 수 있는 특성이 아니라 '스펙트럼'으로서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데 착안해 캐릭터를 구축했다. 남의 말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반향어'가 습관이고, 낯선 사람들과 환경 속에서 요동치는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노크하는 방법이나 노크 후 일정 숫자를 세고 들어가는 행위가 '자폐스펙트럼'으로 기인한 것일 수 있으며, 동시에 '우영우'라는 개인의 특질이기도 하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식이다.
우영우가 속한 한바다 로펌 사람들이나 주변인들의 태도가 관대하고 훈훈하기에 '드라마가 만들어낸 판타지'라는 지적도 있으나, 사실이 아니고 나아가 당사자에게는 상처가 되는 '무심한 편견'도 놓치지 않고 드라마에 담아내 현실감을 부여한다.
'낮은 진입장벽'도 장점이다. 하나의 사건을 한 회 안에서 소화하기에, 사건 그 자체로만 본다면 2회부터 보든 3회부터 보든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다. 우영우와 주변 인물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알아가고 그들이 서서히 쌓는 서사를 만끽하려면 차례로 시청하는 것이 좋지만, '성장캐'(성장하는 캐릭터)의 법정물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즐기고 싶은 라이트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에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하는 것은 타이틀롤을 맡은 박은빈의 활약이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오랜 연기 경력을 갖췄고, 장르를 막론하고 여러 가지 작품에서 자신만의 특색이 묻어나는 캐릭터를 꾸준히 연기해 온 박은빈은 우영우가 이 세상 어딘가 존재하는 것처럼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등 공신이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의 사소한 습관부터, 본 것을 모조리 외워버린다는 설정 아래 주어지는 엄청난 대사량까지 많은 것을 탁월하게 소화해 수많은 시청자를 '우영우 맘'으로 만들고 있다.
이 밖에 정명석, 이준호(강태오), 우광호(전배수), 최수연, 동그라미(주현영) 등 인간적이면서 하나씩은 배울 점을 가진 캐릭터가 풍성한 점, 전반적으로 따뜻한 정서를 품으면서도 '비(非)자폐인'인 다수의 편견을 허무는 에피소드를 배치해 '다시 생각해 볼 만한 것'을 남긴다는 점도 작품의 미덕으로 꼽힌다.
대형 로펌에 취직할 정도로 출중한 자폐인만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과 내용이나 전개 면에서 비현실적인 구석이 적지 않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이는 드라마를 향한 호평과 공존할 수 있으며, 이 드라마로 인해 자폐스펙트럼에 관해 더 널리 '이야기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ENA 채널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밤 9시에 방송하며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