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부각된 취약계층에 대해 '새출발기금'과 같은 수준으로 채무 조정 조치를 하도록 유도한다.
게다가 더 나아가 청년 '영끌족'에게까지 채무 조정에 나서자 성실상환자들의 부담이 과도해진다는 반발이 예상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출 상환 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9월 말까지 상환이 어려운 취약차주의 채무를 조정하는 '새출발기금' 신청을 받으면서, 지원 대상에서 빠진 대출자들도 은행이 기금과 동등한 수준의 채무 조정을 조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부실 채권을 약 30조 원 매입해 채무를 조정해주는 사업이다.
최대 1~4년의 거치 기간을 두고 10~20년 장기 분할 산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대출금리도 인하해준다. 특히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는 최대 90%까지 원금도 감면해준다.
그런데 은행들이 새출발기금 대상자로 차주들을 넘긴 뒤에도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차주들이 남을 수 있어, 은행들이 남은 대상자들에게 자체적으로 이 기금과 같은 수준의 혜택을 부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초부터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에 따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그 결과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금융 지원이 시작된 후 지난 14일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 및 이자 초액은 168조 5323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자가 유예된 사례에 지난 5월 기업의 평균 대출 금리(연 3.60%)를 적용하면 약 3조 3578억원의 대출 원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5대 은행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171조 8901억 원 규모의 잠재적인 부실 대출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리가 급등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란 입장이지만,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과도하게 지속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 현장 점검 나선 이복현 금감원장. 연합뉴스여기에 더해 논란의 불을 붙인 것이 지난 14일 발표한 '청년 특례 프로그램'이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은 청년층의 회생·재기를 명분으로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채무 정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면서 해당 기간 이자율을 3.25%로 낮춰준다.
신용대출 금리가 이미 연 5%대에 진입한 마당에 단순히 젊다는 이유만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도 되느냐는 반발이 나온다. 주식·코인 등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 '빚투'(빚내서 투자)하다 실패한 이들까지 정부가 나서서 채무를 감면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발표하던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재진으로부터 비슷한 지적을 받자 "취약계층에 대해서, 더군다나 2030 세대는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미래의 핵심"이라며 "이들이 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빨리 마련해 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나중에 부담해야 할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2030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에 대해 추진하는 이유는 지원이 마땅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건강한 사회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며 "도덕적 해이 문제는 운용 과정에서 최소화하고, 지원 대상 등에 대해서도 협의해 해결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다음날인 15일 기자들과 만나 "(채무 조정 프로그램은) 소상공인이나 2030 청년들이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그들이 생태계에서 일탈하지 않도록 '넛지(nudge·부드러운 개입)'와 같은 형태로 도움을 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청년이) 신용불량자, 실업자 등으로 전락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야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과 후생을 높일 수 있다"며 "금융권과 함께 지원대상 및 수준, 심사기준 등을 세밀하게 설계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