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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5일 뒤에나 통보되는 뒷북격리[베이징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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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호주

    코로나 5일 뒤에나 통보되는 뒷북격리[베이징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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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환자 처음 나온 날 한밤에 코로나 검사 받는 모습. 독자 제공코로나 환자 처음 나온 날 한밤에 코로나 검사 받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11일 오후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베이하이시 베이하이역. 35도를 넘는 고온에 습도까지 높아 푹푹 찌는 날씨에도 다른 지방으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5시간 20분을 달려 광둥성 광저우에 도착하는 열차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꽉 찼다. 열차 승객들은 중국 특유의 고음으로 베이하이를 출발해 종착역에 이를 때까지 코로나19가 다 끝난 듯 웃고 떠들며 대화했다.
     
    그런데 이 날 밤 베이하이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 한 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도시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전주민 핵산검사 통보가 하달됐고 주민들이 한밤중에 주거 단지 또는 지정된 검사 지점에 길게 줄을 섰다. 그러다가 시료가 떨어져 발길을 돌렸다가 이튿날 또 긴 줄을 서야했다.
     
    베이하이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이후로 계속 증가해 16일까지 450명을 넘어섰다.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하에서 인구 180만 명의 소도시에서 500명에 육박하는 감염자는 상당한 숫자다. 감염자가 쏟아지면서 베이하이 대부분 지역이 중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도시는 봉쇄됐다.
     
    13일 코로나 검사를 위해 길게 줄을 선 베이하이 인민병원 앞의 모습. 독자 제공13일 코로나 검사를 위해 길게 줄을 선 베이하이 인민병원 앞의 모습. 독자 제공
    하지만 베이하이를 떠난 사람들에 대한 관리는 허술했다.
     
    중국식으로 하자면 감염자가 나온 베이하이에서 다른 지역으로 간 사람들도 신속하게 추적해 격리시키고 감염여부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공교롭게 10일부터 12일까지 베이하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오후에 광저우로 넘어간 기자는 광저우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날 광저우행 기자에 몸을 실었던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중국에서 방역이 가장 엄격한 수도 베이징에 돌아가는 게 문제였다. 베이하이에서 머문 이력 때문에 베이징에 못 들어가거나 곧바로 격리되는 것 아닌지 걱정됐다. 하지만 막상 15일 저녁에 베이징 셔우두 공항에 내렸을 때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게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이튿날 오전에 우리의 동사무소격인 주민위원회에서 연락이 왔다. 12일 베이하이에서 떠났기 때문에 일주일을 격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저우 곳곳을 돌아다녔고 베이징에 도착해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난 뒤였다. 전화가 온 당일에도 공원과 마트, 핵산검사소를 휘젓고 다녔다.
     
    광저우를 출발하기 전에 베이징에 도착하면 격리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는 3일 동안 2회의 핵산검사만 받으면 된다고 하다가 왜 이제와서 그러느냐고 했더니 전날 밤에 베이징 방역 정책이 변경돼서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격리호텔에서 하루를 지내자 이번엔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베이하이에서 언제 왔고 어디를 거쳐서 왔고 외국에 갔다 왔는지 등을 물었다. 주민위원회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것은 안전을 위해 먼저 신고를 했기 때문인데 서로 공유는 안 되는 모양이었다.
     
    베이하이 바닷가 전경. 안성용 기자베이하이 바닷가 전경. 안성용 기자
    결국 베이하이의 코로나 폭발에 따른 유동인원 파악 조치가 베이징 각 동네에서 시작된 것은 첫 감염자가 나온 날로부터 닷새나 지난 17일부터인 셈이다. 이런 격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중국에서 다른 성·시를 이동하려면 48시간 이내에 실시한 핵산검사 이력이 있어야 하지만 잠복기 등을 감안하면 닷새간의 방역 구멍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자가 말하려는 것은 방역 구멍이 아니라 코로나 전파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행정력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중국 정부의 통제가 심해도 정보수집, 정책판단·결정, 하달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기와도 같은 바이러스의 이동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다보니 각고의 노력 끝에 한 곳의 코로나를 제어하면 얼마 안 가서 다른 곳에서 터지는 패턴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대도시를 뺀 중소 도시나 시골은 의료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엄격한 방역이 없으면 인민들의 건강위 위태하다는 둥 중국도 나름 논리가 있다. 하지만 있지만 사람과 바이러스의 이동 속도에 훨씬 못 미치는 방역 속도 하에서 코로나19를 '0'으로 만들기는 요원해 보인다.
     
    사람의 이동을 막자니 경제가 망가지고, 경제를 살리자니 코로나와 같이 '위드 코로나'해야 하는데 최고위층이 밝힌 '제로 코로나' 정책은 요지부동인 상태로 2년 반을 넘기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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