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원구성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권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박 원내대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윤창원 기자여야가 54일 만에 하반기 국회 원 구성에 합의했다. 민생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이른바 3고(高)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국회가 개점휴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 끝에 가까스로 낸 성과지만, 뒤이은 협치의 과제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여야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 운영, 정치개혁특위‧연금개혁특위 구성 등을 의결했다.
여당이면서 국회 의석수 기준 제2 당인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이면서 국회 제1 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무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 등 11개 자리를 갖는다.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던 행정안전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자리는 여당과 야당이 각각 내년 5월 29일까지 맡다가 30일 각각 상대 당에 배턴을 넘긴다.
본격적으로 '일하는 국회'가 시작된 셈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의 길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원 구성 합의 전 이번 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가 주고받은 날 선 공방은 양측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연설에서 부정적 설명과 함께 '민주당' 또는 '문재인 정부'를 언급한 게 23차례나 된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거나 "민주당은 기득권과 싸운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은 민생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국가 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등 협치 또는 협조를 촉구하는 취지로 '민주당'이나 '여야'를 언급한 게 7차례에 불과했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이에대해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 정부의 첫 원내대표 연설인 만큼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해결 방안과 국정 비전을 제시해야 했는데 그런 걸 포기하고 전 정부 비난에 바빴다면 그건 정말 말려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실)만 37번을 꺼내 들었다. 급기야는 최근 대통령실의 채용 논란을 지적하면서 과거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사실까지 언급하며 날 선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김 의원과 같은 방송에서 "두 달밖에 안 된 정권에 대해 탄핵 소추문을 낭독하듯 비판을 했다"며 민주당에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야당이 돼서 처음 연설을 하면 당연히 자기반성문을 쓰는 게 먼저인데, 그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굵직한 선거가 연이어 이어지는 과정에서 심화한 여야 갈등 구도는 곧 재개될 '정책 다툼'에도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당장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가 요원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부의 각종 세제 개편안에 야당이 이미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이라며 "이밖에도 다음주 대정부질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잠재적인 갈등 사안들이 고개를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하에 대해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재탕하는 것", 종합부동산세 인하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감세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