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미국 의회가 최근 처리한 '반도체와 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전략 및 지원정책의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4일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중 간 신냉전 본격화에 대비해 한국 역시 국가적 차원의 종합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 전략의 입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미 반도체법이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 승리를 위해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포함한 연관 첨단산업 역량의 총체적 제고를 목적으로 2천억달러(약 260조원) 규모의 연방 재정을 동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법은 중국을 위시한 전략적 경쟁국 대비 기술경쟁력, 군사력, 경제력 우위 확보를 최종 목표로 한 국가 종합 과학기술 전략 입법"이라며 "중국과의 경제, 군사 분야는 물론 가치의 경쟁을 본격화한 미국 지도부의 인식을 투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웨이퍼(300mm) 자료사진. TSMC 제공산업연구원은 "현재 대외적 불확실성 점증과 국내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에 직면한 한국 역시 국가적 차원의 종합 과학기술 및 산업전략을 입안, 실행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미·중 간 신냉전 전개에 따른 글로벌 산업지형 격변기를 전략산업 도약의 기회요인으로 활요하기 위한 대외 산업기술 전략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은 2025년경 다시금 글로벌 분업 구조의 전환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직접 보조금과 파격적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주요국에 발맞춰 지원정책의 양적 확대 및 질적 수준 제고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의 저자인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미국과 EU(유럽연합)는 중국 견제 및 아시아 의존도 축소를 지향하고 있으며 안보 위협에 직면한 대만에 대한 첨단 반도체 의존 완화가 핵심 현안"이라며 "전략적 탈(脫)대만 수요 선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간 공정별 반도체 웨이퍼 처리용량 비교표. IC인사이츠 제공 실제로 업계 최선단 반도체의 경우 대만의 대체재는 한국이 유일하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2020년말 반도체 웨이퍼(300mm) 처리용량 기준으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만 첨단 반도체 점유율은 대만이 62.8%, 한국이 37.2%였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메모리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 강화 등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서방과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 부연구위원은 "1980년대 이후 일본과 한국·대만 반도체 산업의 갈림길을 반추해 볼 때 PC와 스마트폰 등 신규 수요산업의 공략이 중요 분수령을 작용했다"며 "주력 수요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래 유망 신기술 발전 및 혁신 제품과 서비스 시장 성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