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부가 과학방역에 이어 표적방역이라는 내세우며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연일 설명하고 있지만, 기존 정책과 엇박자를 내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몰린 고령층이 포함된 집중관리군에 대한 모니터링을 없애면서 오히려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 관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의 정책은 4차 백신 접종 권고와 먹는 치료제 적극 처방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효율성만 따지는 방역…과학방역 맞나
정부가 모니터링 대상을 집중관리군' 중심으로 좁히기로 한 것은 지난 2월 7일이다. 60세 이상, 5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이 집중관리군에 포함되는데 종전에는 일반관리군도 하루 1회씩 동네 병.의원에서 증상여부를 체크했다. 집중관리군은 모니터링 횟수가 2번이었다.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 대응 방역·의료체계 대응'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모든 확진자에 대하여 동등하게 집중하는 현재의 방역·의료체계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고위험군의 관리가 미흡해질 수 있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고위험군에 집중하겠다며 일반관리군에 대한 모니터링을 없앴지만, 몇달이 지난 6월 6일부터는 고위험군에 대한 모니터링도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대신 고위험군이 가까운 병원에서 검사와 진료를 받고 먹는치료제를 처방받거나 필요하면 입원까지 하는 절차를 하루 안에 끝내는 '패스트트랙'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서는 집중관리군에 대한 모니터링 자체가 사라졌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집중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차라리 일반 의료체계 내에서 상담·진료를 하는 게 낫다는 건의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간에 상태가 나빠질 경우 각 시·군·구에 171개 설치된 의료상담센터에 전화하면 24시간 응대한다"고 했다.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는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자율 방역'쪽으로 대폭 옮겨갔다. 이는 전문가들이 크게 걱정하는 부분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대로 스스로 결정해서 병원에 연락하기 어려운 분들일수록 고위험군에 속한다"면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없앨때 어떤 현상이 발생할 지 우려된다"고 했다.
인터넷이 친숙하지 않은 고위험군은 원스톱진료센터 등을 찾기도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역이 기재부에 좌지우지된다" 우려도
정부는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 강화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지만, 고위험군 신규확진자를 줄이는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위험군이 확진자가 늘면 일정 비율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 신규확진자 줄이는 예방 조치는 안 하고 있는데 앞문은 열어 놓고 계속 도둑들이 들어오는데 막겠다고 것"이라면서 "팍스로비드 처방은 환자 생긴 이후에 투약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고령자들은 치매 등 여러 기저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어서 증상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는 급성이기 때문에 본인이 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심각해진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려면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이 확진되면 "원스톱진료센터에서 의사가 의무적으로 직접 진찰하고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하거나 감염병전담병원에 입원시킬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8일 브리핑에서 "의사들은 약 처방(코로나19 치료약)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환자분들도 해당이 된다면 의사들한테 처방을 해달라고 촉구해달라"고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코로나 치료제 처방을 또다시 독려했을 뿐이다.
정부의 과학방역이 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위험군 모니터링은 정부에서 수가를 받는 동네 병.의원에서 담당했는데 예산 절감을 위해 공공 방역을 점점 축소했다는 이유에서다.
엄 교수는 "정부의 방역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건 기재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