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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 독립운동은 배제, 일본은 포용…재해석 된 광복절

국방/외교

    좌익 독립운동은 배제, 일본은 포용…재해석 된 광복절

    핵심요약

    윤 대통령 "전체주의 국가 세우는 독립운동 아니었다"…홍범도 등과 선긋기
    "공산세력에 맞선 자유국가 건국 과정도 독립운동"…국민통합 차원 논란 예상
    '자유' 33번 언급하며 한일관계로도 연결…"자유 위협에 맞서 힘 합칠 이웃"
    식민지배나 과거사 현안은 언급 안 돼…전문가 "강력한 친일적 입장"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는 좌익 독립운동을 항일 독립운동 역사에서 배제함으로써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일체의 언급도 없이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미래 지향만을 강조함으로써 광복절의 의미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 서두에서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에 대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며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규정했다. 
     
    이는 봉오동 전투의 주역으로 사후 78년만인 지난해 고국으로 유해가 송환된 홍범도 장군 등 사회주의 계열은 독립운동세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독립운동가에 좌익 인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국론 분열을 초래한다고 비판해왔던 것의 연장선인 셈이다. 
     
    제77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미르메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제77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미르메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윤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독립운동은 1945년 8월15일로 끝난 게 아니라면서 그 이후 공산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등도 '현재 진행형'의 독립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시대적 사명이 주권국가를 세우는 독립이라면 앞으로의 시대적 사명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의 연대를 통한 세계시민의 자유, 평화, 번영이라고 역설했다. 
     
    즉, 일제로부터의 독립운동은 자유를 찾기 위한 것이었고 이제는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것으로 계승 발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경축사에서 '자유'는 33번이나 언급됐다. 지난 5월 대통령 취임사(35번)에서처럼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가히 '자유 만능주의'라 할 만큼의 핵심 중의 핵심 키워드였다. 
     
    자유에 대한 강조는 한일관계로도 연결됐다. 윤 대통령은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복절의 존재 이유인 가혹한 일제 식민지배는 물론 현재의 첨예한 과거사 현안 등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경축사의 분량 자체가 상대적으로 짧기는 했지만 최소한의 극일 메시지조차 빠진 것은 과거 사례에 비춰 매우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좌익 독립운동은 사상(자유)을 이유로 배척하고, 일본은 '보편적 가치'(자유)라는 또 다른 사상을 근거로 포용했다. 
     
    심지어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등 일본 지도자들이 이날도 2차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봉납하거나 참배한 현실을 외면한 채 안이한 인식과 전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경축사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친일적 입장 표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일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양국이 '가치'를 달리했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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