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당헌 80조 개정 논란이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의 절충안 의결로 수습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강성 당원들이 이번에는 당헌 80조를 아예 없애달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당이 일부 강성 목소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친명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19일 민주당 당원 청원 게시판에는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요청합니다'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민주당 당원 청원 게시판 캡처게시글에는 "전당준비위원회(전준위)가 한달 가까이 협의한 당헌 80조 (개정) 결과를 뒤집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규탄한다"는 청원취지와 함께 정부여당의 정치보복 수사로 당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해당 청원글에 이날 오후 4시 기준 4만7862명이 동의했다. 5만명이 동의할 경우 당 지도부가 답변을 해야 한다.
앞서 해당 조항이 정부여당의 야당탄압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전준위에서 '기소 시 직무 정지'를 '금고 이상의 하급심 유죄 판결 시'로 개정 의결했다. 그러나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비대위에서 '기소 시 직무정지'로 뒤집었다. 대신 당헌 80조 3항을 수정해 정치탄압 등 부당하게 기소된 경우 당무위에서 구제할 수 있다며 절충안을 내놨다. 기존에는 판단 주체가 독립기구인 윤리심판원이었는데 당 대표가 포함된 당무위로 바꾼 것이다. 이날 당무위도 비대위 안대로 만장일치 의결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그런데 강성 당원들이 당헌 80조를 아예 삭제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불씨가 던져졌다. 여기에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당 내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최고위원 당선권에 있는 친명계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헌 80조 폐지를 위해 자기 지도부에서 재개정 논의하겠다"며 "일개 검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폐지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5선 중진 안민석 의원도 "당헌 80조는 야당의 운명을 검찰에게 맡겨 스스로 목매달게 하는 어리석은 조항"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야당답게 공격수로 나섰다가 검찰이 엮어 기소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이어 "검찰공화국 시대에 야권 주요 인사들이 무더기 묻지마 기소를 당할 게 뻔히 예상된다"며 "삭제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스스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친명 강성층도 당헌 개정에 반대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자폭탄을 보내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후보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당헌 80조 개정반대 인명'이라며 민주당 의원 12명의 사진과 실명이 돌고 있다. 회원들은 '수박들이 민주당을 흔들고 있다'며 문자폭탄을 독려하고 있다.
당헌 80조 논란이 재가열될 조짐을 보이자 친명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실제 이 후보가 직무를 정지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데 자꾸 방탄 논란이라고 거론되는 게 이 후보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후보를 위한다면 당헌 개정 요구는 그만해야 한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도 "비대위가 내놓은 절충안만 해도 정치보복 수사로부터 충분히 안전할 수 있다"며 "아무리 이 후보를 위한 요구라고 하더라도 당심과 민심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