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왼쪽), 공범 조현수가 지난 4월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방금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헤어지면서 '또 보자'라는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죠. 이게 제정신인가요?"
'계곡 살인' 사건 당시 이은해(여·31)·조현수(30)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동행자 A씨가 법정에서 한 말이다. A씨는 이은해와 중학교 동창 사이였다.
19일 오후 인천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열린 가평 용소계곡 살인사건 9차 공판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평 용소계곡'에 동행했던 (이씨와 조씨 포함)총 7명 중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은 이씨의 중학교 후배 A씨, 검찰이 이 사건의 공범으로 보고 있는 B(30)씨의 당시 여자친구 C씨, A씨의 직장동료 D씨 등 모두 3명이다.
'계곡살인' 현장 동행인들 "이은해 결혼 사실 몰랐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이들은 이씨와 조씨, B씨의 사건 전후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법정에서 이씨와 이씨의 남편 E(사망당시 39세)씨 부부 사이라는 걸 E씨가 숨진 뒤에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씨가 많지는 않았지만 소위 호구라는 남성들이 조금 있었다"며 "E씨도 채팅을 통한 조건만남(차 또는 식사를 같이하면 돈을 지급받는 애인대행)으로 이씨와 서로 알게 됐다고 들어 이씨의 손님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천지검 제공이어 A씨는 "20대 초반(2013년쯤) 이후 이씨와 연락이 뜸하다가 사건 직전인 2019년 5~6월 다시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이씨와 E씨가 오랫동안 만난다는 사실에 놀랐고 정상적인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해 불편했다"며 "이씨가 E씨를 한 번도 나에게 제대로 소개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사고 당일 "E씨는 물을 무서워해 튜브없이 물에서 노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며 "이씨와 E씨가 부부 사이라는 것은 사건 발생 직후 병원에서 피해자와의 관계를 묻는 과정에서 이씨가 남편이라고 말하면서 알게 됐다"고 했다.
B씨도 "둘이 부부인 줄 알았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E씨를 이씨의 친한 오빠로 알았고, 사고 후 병원에서 '사실은 오빠가 내 남편'이라는 말을 (이씨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조현수, 사건 직후 동행인에게 악수 청하며 "또 봐요" 인사도
A씨는 "이씨가 남편이 숨진 뒤에도 가족들에게 연락하려 하지 않아 내가 이씨에게 고인의 누나 연락처를 받아 사망 소식을 전했다"며 "병원에서 나온 뒤 헤어질 때는 어울리지 않게 조씨가 내 친구에게 악수를 청하며 '형, 또 봐요'라고 하길래 '이게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는 계곡살인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이후 이씨가 남편을 살해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씨에게 딸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자수를 권했는데 억울하다고 하면서 끝내 도주하는 모습을 보며 "이씨와 조씨가 E씨를 살해하고 보험사기를 시도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목격자에게 "이은해 다이빙 제안 경찰에 말하지 말라" 제안해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 황진환 기자
검찰이 이 사건의 공범으로 보고 있는 B씨의 당시 여자친구 C씨는 조씨와 B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 전 사건 당일 이씨가 남자들의 다이빙을 제안한 사실을 숨기자고 했다고 진술했다.
C씨는 "E씨의 사망으로 가평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조사 받기 전 조씨와 B씨가 다이빙 직전 이씨가 다이빙을 제안했다는 말은 경찰 조사에서 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B씨가 말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앞서 이은해는 내연남인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C(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