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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주먹구구식 치안정책…"여론 악화하면 취소, 댓글 올라오면 감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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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주먹구구식 치안정책…"여론 악화하면 취소, 댓글 올라오면 감찰"

    '보여주기식 행정' 일선 경찰 곳곳에서 반발 목소리

    경찰 지휘부에서 현장 경찰관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잇따른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가 일선 반발이 일면 무마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Walk&talks' 프로그램 논란 끝에 시행 안 하기로
    일선 경찰들 "만성 인력 부족 경찰 현실 몰라"
    "정책 비판 글 내려 달라는 회유도"

    경찰청. 황진환 기자경찰청. 황진환 기자
    경찰 지휘부에서 현장 경찰관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잇따른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가 일선 반발이 일면 무마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북부경찰청은 최근 여성 경찰관이 여성 시민과 함께 산책하며 치안 수요를 들어보는 'Walk&talks'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다 부정적 여론에 막혀 정책 시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북부청은 여성 주민과 여성 경찰관이 관내를 걷고 이야기하며 여성의 관점에서 필요한 정책 활동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려는 취지로 해당 정책을 내놨다. 스토킹 성범죄 등 각종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실질적 수요자인 여성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이었다.

    영국 런던경찰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는 해당 정책은 이달 11일부터 운영해 현장 반응 확인 후, 효과를 분석하고 추가 운영 등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시범운행 계획에 따르면 경기북부청 99개 지역 관서 중 12개 지구대·파출소가 참여했다.

    그러나 'Walk&talks' 시행 공고 이후,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현장 경찰들의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경기북부청 직장협의회 류창민 경사는 지난 15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여경을 사각지대로 모는 정책이며, 지역 순찰 업무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2인 1조 근무 원칙에 위배된다"며 "부족한 인력 근무 조정 발생으로 긴급 신고 시 신속 출동이 제한 된다"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탁상행정의 롤 모델이다', '영국 런던 경찰의 대우와 급여, 복지 시책 벤치마킹이 먼저다', '청장님 따님이 여경이면 이 근무 시키겠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에 경기북부청은 "지난 6월 전체 13개 경찰서를 다 순회하면서 설명회를 거치고 시행 관서는 자율 참여로 이뤄졌다"며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서가 있는 내에서 부담 없이 시행해 보고 어렵거나 효과가 없으면 그때 판단을 하자는 취지였지만 반발이 있었다. 현장과의 온도 차도 좀 있어 참여 관서와 재논의를 진행했고 현장을 찾았다"고 해명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스마트이미지 제공 
    하지만 논란은 여전했고 경기북부청은 추가 해명 글을 올려 "현장 인력 부족 등 우리의 현실에 따른 한계와 부정적인 평가와 염려를 존중한다"며 "참여 희망하는 12개 관서 의견을 다시 듣고, 재차 확인해 자발적인 참여가 확인된 경우에만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경기북부청은 지난 18일 자율 참여를 보인 12개 관서에 재차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해 해당 정책의 시행은 무산됐다.

    한편 해당 정책에 대한 비판 글을 올린 류창민 경사는 '글을 내려 달라는 지휘부의 회유도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기북부청 측은 "(의견을) 확인해보고 정책을 수정 한다든지 반대 의견이 많으면 시행 중지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그때까지 좀 기다려주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를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경찰 지휘부가 제대로 된 정책 검증 없이 현장과 동 떨어진 지시를 내려보내고, 반발이 나오면 무마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일선 경찰은 "지역 각 관서에서 관행적 기획안들이 시행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현장 인력들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휘부의 정책이 '보여주기식'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경찰관이 조직 내 감찰 대상이 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경기남부청이 내놓은 '어린이 보호구역 보행환경 개선 추진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일선에선 "현장 경찰이 쓰레기를 주우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해당 정책 시행이 일선에 전달되자, 인터넷 카페 '경찰 사랑'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엔 "경기 남부환경미화청장 보아라"라는 식의 경찰 지휘부를 공개 저격한 글이 올라왔다. 이에 경기남부청은 해장 글을 작성한 경찰관들에 대해 감찰에 착수한 바 있다.

    해당 감찰에 대해 경기남부청은 "현장 경찰관에게 쓰레기 청소를 지시한 내용은 계획서 어디에도 없었다"며 "지자체와 합동점검팀을 구성하고 쓰레기 조치는 지자체의 임무로 명시돼 있다. '잘못된 내용으로 비난 글이 게시됐다"고 감찰조사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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