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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영화톡]이 장면 빼고 '놉'을 말할 수 있냐고? '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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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영화톡]이 장면 빼고 '놉'을 말할 수 있냐고? '놉'

    • 2022-08-26 07:05

    외화 '놉'(감독 조던 필) <하>
    '놉'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조던 필 감독은 '겟 아웃'과 '어스'에서도 인상적인 장면들을 가득 채워 넣으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전작보다 더 넓어진 세계, 더 다양한 장르를 섞어낸 '놉' 역시 조던 필의 인장으로 가득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현상을 그린 '놉'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구성들


    최영주 기자(이하 최) : 
    이번 영화는 전작 '겟 아웃' '어스'보다 더 넓은 배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광활한 땅, 넓고 높은 하늘을 아이맥스(IMAX) 카메라에 담아내며 그 넓디넓은 공간이 주는 압도감이 긴장감을 더했다. 재밌는 건 아이맥스로 촬영한 영화 안에서 다시 아이맥스로 '그것'을 담아내는 시도를 하는 이중적인 작업이 재밌었다. '놉'이라는 스펙터클을 담은 영화에서 다시 스펙터클한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려고 하는 등 현실과 영화 안을 잇는 이중적인 작업이 곳곳에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또 자연을 배경으로 하면서 산업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스카이 댄서(전동 선풍기에 연결되어 가동하는 긴 직물의 튜브로 만든 광고 상품)가 춤추는 것은 이질적인 느낌으로 또 다른 긴장감을 안겼다. '놉'에서 인상적인 연출이나 흥미로운 프로덕션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유원정 기자(이하 유) : 맞다. 영화 속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액자식 구성이다. 내가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마치 연극처럼 말들과 동물의 이름으로 막을 나눈 지점이다. 막이 내릴 때마다 하나의 사건은 완결이 되지만 이 사건 하나하나가 모여 영화 전체로는 유기적인 연결을 이룬다. 그렇게 할리우드 목장 크루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원대한 야망이 담긴 대작 한 편이 완성된다. 막을 나누면서 단절되지 않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영화 제작기에 하나씩 소제목을 붙여 나열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
     
    처음엔 비행접시로 나타났던 외계 생명체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 역시 흥미롭다. 멀리서 구름의 형태로 대상화됐던 '그것'은 할리우드 목장 크루들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결국 카메라는 '먹이'를 섭취하는 메커니즘과 그 결과까지 담아내며 점점 내밀하게 '그것'의 정체를 파고든다. 외계 생명체가 유발하는 사람의 비명, 전력 차단의 침묵 등 사운드 측면에서도 섬세하게 강도를 조절해 몰입감과 긴장감을 높였다.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내가 뽑은 '놉' 명장면 셋

     
    최 :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내 마음에 쏙 들어왔던 장면 3가지를 꼽아보자.
     
    유 : 먼저, '그것'의 먹이가 되는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과 주피터 파크 손님들. 침팬지 '고디'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기적'이 '나쁜 기적'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리키 주프 박은 자신이 '그것'을 길들일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죽음을 맞는다. 결국 압도적인 물리력으로 공연장에 있던 모든 것들이 '그것'에게 빨려 들어간다. 외계 생명체의 내부에서 곤죽이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치 어트랙션을 타는 느낌으로 표현하면서 밀폐된 공간의 공포를 유발한다.
     
    다음은 '그것'의 나침반이 된 스카이 댄서들. '그것'의 접근을 오색 스카이 댄서들의 움직임으로 읽을 수 있게 배치한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인간의 키를 훌쩍 넘어 휘날리는 스카이 댄서들이 순식간에 고개를 조아리는 풍경이 오히려 이질적인 위화감을 형성한다. '그것'이 먹이 사냥을 시작하면 모든 전력이 마비되는 극한 상황을 가장 상징성 있게 보여줬다. 이 외에도 '그것'은 말 조형물을 삼켜 분노하고, 카우보이 모양의 거대한 풍선 조형물을 삼키면서 '소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적 속성으로 인해 '그것'은 인간이 아닌 화려한 가짜에 현혹되어 버린다.
     
    마지막으로 침팬지 '고디'의 학살. 아역 시절 리키 주프 박의 트라우마로 남은 '고디'의 학살 사건은 '그것'의 사건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오래된 화질의 녹화 화면 속 풍선 터뜨리는 소리에 고디의 돌발적인 공격이 시작된다. 촬영 현장의 인간들은 동물을 자극하면 안되는 '금기'를 어겨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반대로 리키 주프 박은 흥분한 상태의 고디와 눈을 마주치지 않아 살아 남는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먹이 사냥에 나선 '그것'과 마주쳤을 때의 생존법과 동일하다.

    영화는 잔인한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음에도 고도화된 매체와 인간의 착취에 시달리다 폭발한 침팬지의 야생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마치 목격자처럼 촬영장 밖에서 안으로 카메라가 따라가다가 리키 주프 박의 두려움 어린 시선으로 전환돼 영리하게 관찰자 입장을 취한다.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최 : 나는 먼저 '그것'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 처음엔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기계적인 모습, 그러니까 어떤 우주선 형태의 '그것'일 거라고 어림짐작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본체를 드러낸 그것은 유연한 형태의 기계보다는 생물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마치 해파리처럼 생긴 우주 생명체의 모습은 그 자체로 기이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아름다움도 지녔다.
     
    두 번째는 영화 마지막, 에메랄드(케케 파머)가 '그것'을 마치 최초의 영화처럼 아날로그 방식으로 찍어내는 장면. 영화 초반 에메랄드는 최초의 영화 속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름이 잊힌 흑인 기수에 관해 이야기한다. 모든 이가 최초의 영화를 만든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지만, 영화 속 흑인 기수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를 새롭게 정립한 게 에메랄드다. 아무도 기록하지 못했던 '그것'의 모습을 흑인 여성 에메랄드가 최초로 기록했다. 영화사에서 잊혔던 흑인의 역사를 에메랄드가 새로이 세웠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그것'을 물리친 OJ(다니엘 칼루야)가 말 위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 서부극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인데, 영화 역사에서 보통 서부극의 주인공은 백인이었다. 그러나 '놉'이라는 서부극에서는 흑인 주인공이 백인 중심 장르극에서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또한 그가 서 있는 곳에 '저 너머 먼 곳'(Out Yonder)이라는 표지가 있는데, 영화사와 산업이 경계 지었던 것 즉 백인과 흑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넘어선 상징처럼 보였다.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놉' 한 줄로 정리 가능? '넵'

     
    최 : '놉'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는데, 마지막으로 '놉'을 한 줄로 정리한다면? 나는 제일 먼저 이야기했던 것을 빌려와 정리해보겠다. '무한한 조던 필의 세계, 그 너머를 꿈꾸다.'
     
    유 : '미지의 외계 생명체에 맞서는 오합지졸 할리우드 목장 크루들의 서부극 제작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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