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준호를 연기한 배우 강태오. 맨오브크리에이션 제공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배우 강태오는 필수적인 존재였다. 우영우(박은빈 분) 성장에서 직장 동료 이준호(강태오 분)와의 로맨스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로맨스는 '우영우'의 아주 부수적인 부분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고, 이 밖에도 많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에피소드들이 넘쳐 났다.
결국 로맨스를 살리는 것은 강태오의 몫이었다. 우영우의 대표 속성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것까지 포함해 오직 우영우 개인의 매력이 중요했다. 로맨스 상대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여기지 않고 보통의 당연한 연애를 생각했다. 이준호의 성격대로 배려와 존중은 있되,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평범해야 했다.
강태오의 영리한 전략은 통했다. 방송 말미에는 다소 비판적 시각도 있었지만 '우영우' 속 로맨스는 이야기의 큰 흐름과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설렘을 더하고, 우영우의 유의미한 성장까지 '일석이조' 효과를 냈다. 이준호 대사 중 '섭섭하네요'가 유행할 정도로 '무해한' 로맨스는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았다.
상상의 동물 '유니콘' 같은 남자, 이준호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태오는 자신의 '인생작'과 '인생 캐릭터'를 동시에 경신하면서 충분히 저력을 보여줬다. 군 입대 이후 공백기가 이어지겠지만 강태오가 '우영우'를 통해 남긴 발자취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부끄럽지 않게 쌓고 싶은 배우 강태오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준호를 연기한 배우 강태오. 맨오브크리에이션 제공Q 0%대 시청률로 시작해 17.5%로 종영했다. 이준호 역을 통해 강태오라는 배우가 완전히 대중에 각인되기도 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또 이후 군 입대가 예정돼서 아쉬운 마음도 있겠다A SNS 팔로우가 늘고 친구들로부터 '네 얼굴이 많이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2022년의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게 많은 사랑을 가져다 주셔서 감사하다. '우영우'를 만나서 강태오라는 아티스트를 알리게 됐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인생작이자, '인생캐'(인생 캐릭터)다. 최근에도 좋은 작품에 함께 하자고 연락이 오는데 아쉽게 당장 이어서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다. 아직 입대 영장은 안 나왔는데 (군대로) 공백기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잘 돼서 가는 거니까 괜찮고, 더욱 철든 모습으로 나타나겠다.
Q 이준호는 우영우의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다. 공감 능력과 배려가 뛰어나 상상의 동물인 '유니콘' 같은 캐릭터, 판타지라는 평가도 많았다. '무해한' 로맨스를 그려냈는데 실제로 본인의 연애 스타일이나 성격도 이준호와 닮은 지점이 있는지 A 준호가 섬세하다면 저는 친근한 느낌이다. 정말 '나이스'한 사람이라 준호처럼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애는 저 같은 경우 솔직담백한 스타일이다. 감정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다. 있는 그대로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걸 편안하게 한다. 주변의 평가에 따르면 좋아했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많이 없고, 전부 달랐다. 눈길이 많이 가는 사람이 이상형이다. 괜히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옆에 본 척 하면서 한 번 쳐다보고…. (상대방이) 매력이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 (웃음)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준호를 연기한 배우 강태오. 맨오브크리에이션 제공Q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와의 로맨스라 다른 작품보다 더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A 준호 입장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유무를 구분해 사랑 하는 게 맞나 싶었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어떻게 보면 역차별적인 생각 같아서 영우 개인의 매력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접근했다. 준호가 느끼는 영우에 대한 감정이 중요했다. 과한 배려나 조심스러움이 더 불편함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과거 시각장애인 캐릭터를 했을 때, 공부를 했었다. 도움을 주려면 시각장애인을 잡는 게 아니라 거리를 유지하고 손만 닿은 상태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 오히려 더 챙기는 행동이 불편함을 줄 수 있음을 알아갔던 기억이 있다. 좋은 마음으로 하는 행동이 다른 의도로 받아 들여질 수도 있는 거다. '우영우'를 하며 그런 생각들이 났다.
Q 우영우 역의 박은빈과 가장 많은 시간 호흡을 맞췄다. 두 캐릭터의 '케미'가 너무 좋았다. 로맨스 뿐만 아니라 동료로서도 서로 힘이 되는 관계였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어땠나A 저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누나인데 경력으로 따지면 대선배다. 그런 부분이 현장에서 많이 느껴졌다. 전작인 '연모'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됐다. 준비한 대사가 양이 엄청 많았을 거다. 그런데도 실수나 피곤한 내색 없이 전문적으로 임했다. 준호와의 '케미'를 위해, 매 장면마다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좋은 조언들을 많이 해줬다. '영우로서 감명을 받았다'거나 '느끼했다'고 하거나 솔직하게 피드백을 줬다. 제가 원래 감독님께도 솔직한 피드백을 원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 보완, 보충을 하고, 좋았던 부분은 더 살려서 갔던 것 같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준호를 연기한 배우 강태오. 맨오브크리에이션 제공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만 꼽아보자면A 솔직히 매 장면이 다 힘들었다. 체력적인 걸 떠나 감정적으로 그랬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영상에 남는 거니까 잘 표현됐으면 좋겠는 욕심에 매 장면 힘들게 집중해서 찍은 것 같다. 준호가 영우에게 '나는 변호사님 같은 변호사가 내 편 들어주면 좋겠다'고 한 것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그 말 한 마디에도 영우에 대한 준호의 배려가 보였다. '내가 당신 편을 들어 주겠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건 부담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실루엣으로 처리된 두 사람의 풋풋한 키스 장면도 화제가 됐다
A 아마 그런 실루엣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했던 거 같다. 외적인 표현으로는 선을 예쁘게 나오기 위해 신경을 썼고, 두 번째 키스 전에 대사가 독특하다. '치아가 부딪히는 게 맞느냐'고 물어보는 영우에게 준호가 설명을 한다. 영우는 인생의 첫키스이고, 준호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귀여워하지만 설명하는 스스로 부끄러워 한다. 그런 풋풋하고 능숙하지 않은 둘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잘 표현이 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떠나 아름답게 사랑하는 두 남녀만 보인다'는 감상이 인상적이었다. 의도한 바가 딱 들어맞았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준호를 연기한 배우 강태오. 맨오브크리에이션 제공Q 이번 '우영우'를 통해 배우 그리고 인간 강태오가 성장한 지점이 있다면A 준호는 '액션'보다 '리액션'이 많은 캐릭터였다. 찰나에 다양한 감정을 요구하는 능동적인 연기보다 리액션을 위해 느껴지는 감정 선을 많이 배웠다. 과하지 않게 눈빛으로 설득해야 되는 것들. 감독님을 통해 많이 공부를 했다. 원래 거대한 가치관이나 나만의 철학이 없다. 무대 위에 섰을 때의 짜릿함이 좋아서 연기를 시작했다. 지금도 매체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면 짜릿하다. '우영우' 이후 제 과거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아마 이런 식으로 제 발자취가 형성이 될 거 같다. 그걸 뒤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로 완성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행복을 주는 자그마한 보탬을 다하고 싶고, 이런 것들이 결국 제 인생에 있어 강태오라는 하나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Q '우영우' 시즌2 제작 소식도 있었다. 2024년 방송 목표라고 하는데 어떤 이준호의 모습을 그리고 싶은지A 기회가 되면 저도 군대를 다녀와서 컨디션이나 다른 배우들 상황과 잘 맞물려 진행이 되면 좋겠다. 준호가 워낙 영우에 대한 '사랑꾼' 이미지가 강해서 너무 변하면 불편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 영우와 새로운 갈등이 있지 않을까. 시즌1에서는 영우와 재결합해 행복하게 끝난다. 시즌2에서는 영우의 무심한 포인트에 서운함이 다시 시작될 거 같다. 저도 기대가 되고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