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법원으로 호송되는 '대도' 조세형의 모습. 연합뉴스
과거 부유층과 유력인사 집을 털며 '대도'로 불렸던 조세형(84)이 출소 후 한 달여 만에 저지른 절도 행각으로 또다시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2일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신진우)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씨(64)도 징역 2년 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동종범죄로 10여 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형 집행 종료 후 또 절도 범행을 했고 그 가담 정도도 가볍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있으며 공범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범행으로 이익을 보지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또 공범 A씨에 대해서는 "이 사건 전에도 절도 범행으로 7차례 실형 처분을 받고 누범기간 중 이 사건 범행하게 된 점 등 범행의 수법과 죄질이 무겁다"며 "단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일부 피해회복이 된 점 등 여러 양형 이유를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날 선고된 형량은 기존 검찰에서 요청한 구형량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검찰 측은 지난달 10일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조씨에 대해 징역 3년을, A씨에 대해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조씨는 동종범죄 전력이 있고 이를 상습적으로 저질렀다"며 "A씨도 동종범죄 전력이 있고 처벌을 받았음에도 누범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씨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에서 "조씨가 많이 반성하고 있다.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씨 본인도 최후진술을 통해 "이 나이가 돼 아직도 절도범죄로 재판장에 서있다는 것이 부끄럽다. 후배인 A씨의 딱한 사정을 들었을 때 나에게는 짐처럼 느껴졌다"며 "어려운 후배를 위해 도와주겠다는 의미로 범행을 저질렀으나 선처해준다면 법정에 다시 서는 부끄러운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A씨는 "늦은 나이에 혼인신고를 마친 배우자 사이에 쌍둥이가 태어났다. 각각의 자녀를 데리고 양육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윳값 등을 마련하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너무 막막한 상황에서 조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범행을 저질러야겠다는 나쁜 마음을 먹었다.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혀 죄송하다"고 최후진술했다.
앞서 조씨는 지난 1월 말~2월 초 교도소 동기인 공범 A씨와 함께 용인시 처인구 소재 고급 전원주택에 몰래 들어가 27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절도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지난해 12월 출소한 그가 불과 한 달여 만에 남의 물건을 훔친 것이다.
경찰은 용인에서 잇따라 발생한 절도 범죄가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판단하고 수사에 나섰다.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A씨를 먼저 붙잡았고, 조씨의 혐의도 확인해 그를 체포했다.
조씨는 1970~80년대 재벌회장 등 유명인사의 집만 털며 대도로 불렸다. 일부 훔친 금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홍길동'이나 '의적'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범행을 저질렀다 출소하기를 반복했고, 가정집에서 금품을 훔치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애초 1982년 구속돼 15년 뒤 출소하면서 선교활동 등으로 새 삶을 사는 듯 했지만, 2001년 일본 도쿄 빈집 털이를 시작으로 거듭 범죄의 길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