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나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국가가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복지멤버십'(맞춤형 급여 안내)이 전 국민으로 확대된다.
그간 국내 복지체계는 대상자가 직접 신청을 해야 수급이 가능한 '신청주의'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본인이 한 번만 가입하면 이후론 수요에 맞게 즉각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5일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2차 개통과 함께
개인의 소득·재산·인적 상황을 분석해 해당 복지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고지하는 복지멤버십이 모든 국민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통은 일선 복지공무원이 주로 사용하는 업무시스템인 '행복이음' 중심으로 구축되고, 연말까지 다른 시스템도 순차적으로 개통을 완료할 예정이다.
멤버십 가입을 원할 경우, '복지로'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보건복지부 제공복지부 조충현 급여기준과장은 "본인의 소득이나 재산상황이 변동될 때마다 별도로 신청하거나 알아볼 필요 없이 (정부에서) 상황에 맞는 급여를 그때마다 안내드릴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국민이 (복지)혜택을 못 받고 있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성 급여를 안내했으나 신청하지 않은 분들은 주기적으로 직접 가구를 방문해 사각지대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라며 "생계급여 등 다양한 사업 신청을 위해 동사무소 등을 찾게 되면 복지멤버십도 같이 알릴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안내하고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기존 복지수급 대상으로 복지멤버십 제도에 가입한 국민은 지난달 말 기준 944만 명(637만 가구)이다. 이들에게 전달된 서비스 안내는 총 1860만 건(문자 153만 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합문화이용권, 이동통신요금 감면 등 실제 혜택으로 이어진 경우는 81만 3천 건(65만 가구)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2일 수원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와 관련해 '복지멤버십 확대'를 후속대책으로 언급한 바 있다. 생활고를 겪으며 암과 희귀난치병으로 투병 중이었던 이들 모녀는 긴급복지지원, 재난적 의료비 지원대상에 해당됐지만, 서비스 이용을 위한 상담내역 및 신청이력이 전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한 위기정보도 현행 34종에서 39종으로 늘어난다. 추가되는 정보 항목은 △중증질환 산정특례 △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장기요양 등급 △맞춤형 급여 신청 △주민등록 세대원 등 5종류다.
수원 세 모녀는 건강보험료를 16개월 동안 체납했지만, 고위험 위기가구로 파악되지 않았다. 실 거주지가 등록주소(경기 화성시)와 달랐던 탓에 자택을 찾은 담당공무원도 만나지 못했다.
정부는 일률적인 중앙시스템 중심의 발굴에서 탈피해 도농, 전세가 등 지자체 특성이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 어디서나 복지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 기능도 구축했다.
현재는 영유아보육료, 유아학비, 가정양육수당, 아이돌봄서비스, 영아수당 등 5개 사업으로 제한돼 있다. 정부는 개발법령에 근거가 있는
△아동수당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장제·해산급여 △장애수당 등 6개를 추가로 선정해 전국 단위 신청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민간 기관에서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를 대신해 사회보장급여를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도 지원한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노인일자리·사회활동지원, 여성장애인활동지원, 장애아가족양육지원 등 7개 대상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복지로'를 통해 온라인 신청이 가능한 사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내년에는 총 58개 사업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현재 31종에서 이달 말이면 장애수당 등 21종이 더해지고 11월 말에는 2종이 늘어 54종, 내년 1월에는 장애아동가족지원 등 4종이 추가될 예정이다.
정부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본격 개통되는 11월에 앞서 '서비스 제공' 부문과 '민관 협력'의 기능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각종 사업과 프로그램 관련내역을 시설로 특화된 맞춤형 서식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고정된 항목이 시설별 서식과 맞지 않아 사용률이 낮은 편이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공공-민간 사이 자원정보 공유를 늘리는 한편 서비스 의뢰 기능도 강화했다.
장호연 차세대보장정보시스템구축추진단장은 "다양한 복지자원이 지역사회에 분산돼 있고 개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 자원을 공공기관이 조사하면 해당 지자체에서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에서도 정보를 등록하고, 필요한 시설들과 공유하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희망이음'(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관은 이러한 유기적 협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금번 개통에서 서버, DB(데이터베이스), 각종 전산장비 등 종전 시스템의 인프라가 전면 교체된 점을 들어 초기엔 일부 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10년 이후 복지 행정업무가 급증하면서 복지수급자는 4.1배, 신청 건수는 2.9배로 불어났고 시스템 연산처리량도 9.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향후 한 달 간을 '시스템 안정화 기간'으로 설정하고, 긴급상황반과 콜센터를 운영하며 국민들의 문의사항, 사용자 불편사항을 신속히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차세대 사회보장시스템 2단계 개통 주요 내용. 보건복지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