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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순식간에 뻘밭 된 포항 제내리…"피해 반복, 무대책이 화 키워"

사건/사고

    [르포]순식간에 뻘밭 된 포항 제내리…"피해 반복, 무대책이 화 키워"

    6일 새벽 2시 30분쯤 "마을전체 차 높이만큼 물 차"
    수 십채 가구 대피소서 '텐트 생활'
    복구 언제 물음에 "열흘 넘어…막막"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에 마련된 태풍 이재민 대피소에 텐트가 가득 차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에 마련된 태풍 이재민 대피소에 텐트가 가득 차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
    "하꼬방(한 칸 방)이라도 내 집이라고 소중했는데, 이젠 집을 허물어야 한단다. 10년 장사한 가게도 엉망이 됐어."
     
    지난 6일 새벽 힌남노가 몰고 온 시간당 145㎜의 집중호우로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마을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모두가 잠들어있어야 할 이날 새벽 2시쯤 주민들은 들이닥치는 물폭탄을 피하기 위해 집에서 나와 다목적복지회관으로 급히 몸을 피해야 했다.
     
    7일 오후 4시 50분쯤 취재진이 찾은 제내리 마을 어귀엔 집에서 들어낸 냉장고·옷장·TV 등과 물에 젖고 부서진 가재도구가 빼곡이 쌓여있었다. 주민들과 군인·자원봉사자들은 마을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전날 새벽 폭우로 주택과 상가 수십 채가 침수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제네3·4리 등 지대가 낮은 곳은 2m 넘게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7일 오후 5시쯤 침수피해를 입은 대송면 제내리 주민 장(75)·윤(62)모씨 부부가 군인들이 가재도구를 집밖으로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7일 오후 5시쯤 침수피해를 입은 대송면 제내리 주민 장(75)·윤(62)모씨 부부가 군인들이 가재도구를 집밖으로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
    7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포항 제내리 주민들은 전날 새벽, 태풍 힌남노로 인한 물폭탄이 마을을 휩쓴 것은 순식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태풍으로 큰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정부가 미리 대비하지 못해 참사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배수 펌프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거나 "최근에 저수지 절반을 메워 배수 기능이 약해진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피소인 다목적복지회관에서 만난 이정순(57)씨는 "(6일) 새벽 2시 반이 되니까 승용차 높이까지 물이 들이 찼다"며 "동네 목사님이 빨리 피신오라고 전화로 소리쳤다"고 회상하며 연신 한숨을 쉬어댔다.
     
    이씨는 태풍 '힌남노'보다도 참사를 막지 못한 정부기관에 대한 원망이 크다고 했다. 그는 "집안까지 물이 찬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뉴스에서 태풍이 온다고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 이렇게 아무 대책이 없을 수 있냐"고 성토했다. 동네에서 맛집으로 소문났다는 이씨의 아구찜 가게도 폭우가 덮친 탓에 내부엔 온통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거센 물줄기는 대형 냉장고 3대를 속절없이 넘어트리기도 했다.
     
    이번 폭우로 복지관 대피소 텐트에서 밤을 보낸 제내1·2·3·4리 주민은 모두 101명이다. 대피소 기둥에는 '9월13일까지 수해 피해를 필히 신고하라'는 게시물이 붙어있었다. 이를 유심히 보던 정익화 제내1리 이장은 "지금 주민들 다 짐 정리하느라 정신없는데 안내방송해도 들을지 모르겠다"며 "제대로 지원이 나오긴 하냐"며 면에서 나온 직원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 앞 운제로는 칠성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서로 뒤엉킨 채 방치돼있어 차량 통행이 쉽지 않았다. 박희영 수습기자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 앞 운제로는 칠성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서로 뒤엉킨 채 방치돼있어 차량 통행이 쉽지 않았다. 박희영 수습기자 
    이웃 주민이 대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는 소리를 듣고 급히 피신했다는 장(75)모씨·윤(62)모씨 부부는 다음날 쑥대밭이 된 집안을 보고 망연자실 했다고 전했다. 아들 장성우(38)씨는 타지에서 급히 내려와 군인들과 함께 묵묵히 집 정리를 하고 있었다.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들 장씨는 "열흘 넘게 걸릴 것 같다"고 말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휠체어에 탄 윤씨는 대문 앞에서 군인들이 물에 젖은 가재 도구를 집 밖으로 나르는 모습을 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제내리 토박이 김(51)모씨는 배수 펌프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탓에 물바다가 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비 올 때면 주민센터에서 배수 펌프장을 설치했었는데 이번에는 배수 펌프장 가동이 제대로 안됐다는 얘기도 들렸다"며 "배수펌프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비가 내려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었는데 미리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매년 하천 바닥을 퍼내고 나름대로 (수해 예방을) 한다고 하는데 눈가리고 아웅식 같다"며 "동네에 사람도 다 떠나고 정치인들도 선거철에 말 만하고 고쳐지는게 없다"고 말했다.
     
    정익화 제내1리 이장은 "포항시가 최근 동국제강 밑 저수지를 메우고 화물차고지를 만들고 있었다"며 "저수지가 물 범람을 어느정도 막아줄 수 있었을텐데 그 공간을 메워버린 바람에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 이장은 "코로나 핑계로 주민 공청회 한번 안하고 진행했는데 저수지를 반 정도 메웠다"며 "주민들은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인 결과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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