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이수진·오영환 원내대변인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들고 의안과로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비속어 및 해명 논란 등을 "전대미문의 외교적 대참사"로 규정하고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박진 해임건의안 만장일치로 당론 발의…29일 표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srbaek@yna.co.kr (끝) 연합뉴스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제출했다. 의원총회가 끝난 뒤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혀 이견이 없었다. 만장일치다"라며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에서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해 주무 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참배 없이 조문 △일본 기시다 총리와의 굴욕외교 △바이든 대통령과의 48초 인사외교 △비속어로 국격훼손 등을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았고, 지난 6월 나토정상회의 사전답사 때 민간인을 동행시킨 점도 박 장관의 자질과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63조에 따르면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 1 이상 동의로 발의되고, 이후 국회의장이 첫 본회의에서 보고한다. 국회의장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표결에 들어가며, 재적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현재 169석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할 수 있다.
이번에 해임건의안이 제출될 경우 윤석열 정부 첫 사례가 된다. 역대 국회에서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사례는 총 6건이다. △1955년 임철호 농림장관 △1969년 권오병 문교부장관 △1971년 오치성 내무부장관 △2001년 임동원 통일부장관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2016년 김재수 농림부 장관이다.
해임건의안이 의결됐다고 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역대 사례를 봐도 김재수 전 장관에 대한 건의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았다.
尹 정치적 부담 상당할듯…여야 대치로 상임위 '파행'
그러나 윤 대통령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의결한 해임건의안을 뚜렷한 명분 없이 불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민주당에서는 보고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대부분 대통령이 수용한 데다 최근 '비속어 논란'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여론상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실제 해임까지 진행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권 초기라 해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반대로 정권 초기부터 해임건의안을 받는 것 자체로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도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걸핏하면 국무위원 탄핵, 해임을 조자룡 헌 칼 쓰듯 꺼낸다"며 "다수당의 힘 자랑, 횡포고 대통령 발목잡기를 넘어선 협박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가 해임건의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도 곳곳에서 마찰이 일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논쟁이 지속되자 정회된 뒤 권성동 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정감사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비속어 논란) 현안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도록 전체회의 열어달라"며 전체회의 긴급 소집을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해당 MBC 보도는) 확인되지 않은 발언에 자막을 만들고 괄호 안에 미국을 넣은 것은 창작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고 갔고 결국 회의는 20여분만에 정회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비속어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며 여야가 격돌했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대통령실의 해명대로라면 민주당 의원들을 '이XX'라고 불렀다는 건데 그런 욕설을 들어가며 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청문회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도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여러 번 (동영상을) 돌려 봐도 '이XX'라는 말은 들리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며 "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같은당 이종성 의원도 "복지부장관이 5개월째 공석이고 복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개의 직후부터 갈등이 격화되면서 회의는 오전에 정회됐고 오후 1시쯤부터 인사청문회가 속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