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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 "상품권 한달 200억"…쌍방울과 '주가부양' 모의 정황

사건/사고

    [단독]北 "상품권 한달 200억"…쌍방울과 '주가부양' 모의 정황

    '北 리호남 발언' 담긴 국정원 문건 입수
    쌍방울과 '주가부양·이익배분' 모의 정황
    대북제재 피해 수익 나누는 방안도 제시
    檢, 쌍방울 대북주 '인위 부양' 의혹 조준

    쌍방울그룹 사옥. 연합뉴스쌍방울그룹 사옥. 연합뉴스
    쌍방울그룹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 소식을 띄워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그 이익을 북측과 나눠 갖기로 모의한 정황이 파악됐다. 대북 제재로 현금 지급이 막힌 상황을 우회해 상품권 등 현물을 북측에 대신 제공하는 구체적인 전달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받고 북측과의 대북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당시 추진 과정상 위법 정황은 갈수록 짙어지는 모양새다. 앞서는 쌍방울이 광물자원 개발의 대가로 북한에 1천만달러 상당 물품을 약속한 의혹이 드러났다.

    6일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국정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쌍방울은 2018년말부터 북한의 대남 민간부문 경제협력을 전담하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광물자원 개발의 세부적인 추진 방안을 협의했다.

    국정원 문건은 남측 인사가 북측 민경련 소속 공작원 리호남과 만나 나눈 주요 대화들을 정리한 요약본이다. 리호남은 영화 '공작' 속 북한 고위급 인사 '리명운'의 실제 모델이다.

    문건에서 리호남은 남측 인사에게 "상장회사 또는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를 통해 북측 사업에 투자하여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하는 사업이 좋겠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리호남이 말한 상장회사는 나노스(現 SBW생명과학)를 지목한 것이고, 이익은 나노스 주가부양에 따른 수익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쌍방울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 이슈를 띄우고, 이를 통해 인위로 부양한 나노스 주가에서의 차익을 북측과 나누려고 모의했다는 취지다.

    이같은 대화는 2018년 12월 중국 심양의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국정원 문건을 보면 리호남은 2019년초 남측 인사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쌍방울 띄우는 거 같이 하자. 쌍방울이 남측에서 어떤지는 몰라도 우리가 키워주면 된다. 우리 쪽의 요청"이라며 쌍방울과의 동업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보였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국정원 문건에는 쌍방울이 주가부양에서 발생한 수익을 대북제재를 피해 북측으로 전달하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리호남은 문건에서 "○○상품권을 매주 50억원씩, 한달 200억원을 사고 싶다"며 "이 건은 ○○ 윗선하고도 연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대량의 현금 유입을 금지하고 있다. 앞서의 소식통은 "쌍방울에서 수익을 현금으로 줄 수 없으니 대안으로 상품권이 나온 것"이라며 "북한이 한국의 상품권을 중국에서 되팔아 현금화하는 수법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매개로 한 주가부양 의혹은 현재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쌍방울은 리호남과 남측 인사가 접촉한 2018년말부터 나노스를 앞세워 북한 광물자원 개발에 뛰어들었다.

    나노스는 2019년 1월 '광산개발업'과 '해외자원 개발업' 등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모 회장을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양선길 당시 나노스 대표이사도 "민간 차원에서 북측과 활발하게 교류해온 아태협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북사업 진출을 공언했다.

    이 과정에서 나노스는 이른바 '남북경협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널뛰었다. 쌍방울과 북측 민경련 사이 광물자원 개발 합의가 이뤄진 2019년 5월에는 그 영향으로 쌍방울의 주가가 29.77% 폭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쌍방울과 북측의 합의서 작성 자리에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동석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양측의 합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가로 쌍방울 법인카드를 뇌물로 받았다고 보고 최근 구속했다.

    국정원 문건대로 쌍방울이 광물개발 이슈로 주가를 부양해 북측과 수익을 나눠 갖기로 모의했다면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북측과 협력사업을 시행하거나 물품 등을 반출하려면 사전에 승인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처벌 수위는 동일하다.

    앞서 CBS는 쌍방울이 광물자원 개발의 대가로 북측에 1천만달러 상당 내의를 제공하려 한 정황도 단독으로 보도했다. (CBS노컷뉴스 관련기사 : [단독]'쌍방울, 北에 1천만불 약속' 국정원 문건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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