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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기후대응…친환경 매뉴얼 만들고 재활용하고

공연/전시

    미술계 기후대응…친환경 매뉴얼 만들고 재활용하고

    편집자주

    기후변화 진행 속도가 가팔라진 가운데 각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기후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 미술계의 고민과 실천을 들여다본다.

    [기후변화, 미술계 대응 ②]
    국내 미술관, 해외 예술기관(단체)과 협력…협업 전시 활발
    예술가도 적극 동참…작품 현지 조립하고 장거리 여행 안 해

    문경원·전준호의 '서울 웨더 스테이션'전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8개국 예술기관이 발족한 월드웨더네트워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문경원·전준호의 '서울 웨더 스테이션'전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8개국 예술기관이 발족한 월드웨더네트워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문경원·전준호의 '서울 웨더 스테이션'전. 2층 전시장에 들어서자 로봇개(사족보행 로봇)가 관람객을 반겼다. 로봇개는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 '불 피우기'(2022) 관람 동선을 안내하는 동시에 전시장 내 탄소량을 측정했다.

    인류 탄생과 소멸의 역사를 되짚는 작품의 내러티브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인 GPT-3에 의해 재창작됐고, 포집된 탄소 수치는 실시간으로 전송돼 '탄소 달력'을 만드는데 이용됐다. 아트선재센터 조희현 큐레이터는 "비인간의 관점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는 월드웨더네트워크(World Weather Network·WWN)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월드웨더네트워크는 아트선재센터를 포함한 28개국의 예술기관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월 발족했다. 내년 6월까지 각자 기후위기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오는 11월에는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국내 미술관(갤러리)이 해외 예술기관(단체)과 다각도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지난해 5월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전 당시 발행한 전자도록. 작품 운송 및 반입, 홍보 및 디자인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기록한 부분. 부산현대미술관이 지난해 5월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전 당시 발행한 전자도록. 작품 운송 및 반입, 홍보 및 디자인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기록한 부분. 부산현대미술관은 지난해 5월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전을 준비하면서 갤러리 기후 연합(Gallery Climate Coalition·GCC)에 가입했다. 갤러리 기후 연합과 협업한 이 전시는 탄소 저감을 위해 △모듈벽 사용 △미디어 작품 전력 사용량 측정 △항공운송 대신 해상운송 이용 △해외 미술관 전시 생중계로 운송 배제 △도록 온라인 배포 등을 실천했다.

    부산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 전시를 계기로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에 관해 인지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지난 6월 '그 후 그 뒤'전 종료 후에는 전시 폐자재를 재활용한 에코백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갤러리 기후 연합은 예술 분야의 활동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다. 2020년 10월, 기후위기 속에서 지역사회의 역할과 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던 런던의 갤러리를 중심으로 결성된 후 2년 만에 850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다. 회원은 전 세계 예술가, 미술관, 갤러리, 예술 관련 기업 등을 총망라한다.

    국내에서는 부산현대미술관과 아라리오 갤러리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2030년까지 예술 분야 탄소 및 폐기물 배출량 50% 감축'을 목표로 회원들에게 자체 개발한 '탄소 계산기'를 무료 제공하고, 폐기물 감소와 자원 재활용에 대한 모범 사례를 공유하는 등 집단 지성을 활용한다.

    CIMAM의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툴킷 중 한 부분. CIMAM 홈피 캡처 CIMAM의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툴킷 중 한 부분. CIMAM 홈피 캡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 미술관은 친환경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국제박물협의회(ICOM) 산하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의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툴킷(Toolkit)과 공공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이 공개한 '비거니즘(다양한 이유로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철학) 전시 매뉴얼'을 토대로 작업하고 있다.

    아르코 미술관 임근혜 관장은 "콘텐츠적 접근과 실천적 접근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며 "기존 매뉴얼을 참고하지만 각자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과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 실천강령은 전 직원이 모이는 워크샵에서 논의한 후 새로 만들고 있다. 전문가 자문을 받아 올 연말 매뉴얼 1차 버전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전시 리플렛 인쇄 60% 감소 및 회수 △전시 도록 부수 50% 감소를 실천했다. 현수막 제작을 줄이고 LED로 교체하는 작업도 할 예정이다. '미래의 미술관이 지향해야 하는 예술공동체의 역할'을 주제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임근혜 관장은 "팬데믹 이후 유용·포용·협업·공유 등 4가지를 미술관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친환경성과 장애 접근성을 핵심 의제로 삼았다"며 "비용·효용 보다 환경 윤리가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를 만드는데 플랫폼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예술가들, 적극적인 기후대응…친환경 재료 사용·장거리 비행 No

     
    카타기리 카즈야의 출품작 종이 사구. 리움미술관 제공 카타기리 카즈야의 출품작 종이 사구. 리움미술관 제공 예술가들도 '탄소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9월 개막한 서울 리움미술관 기획전 '구름산책자'의 첫 번째 섹션 '사려깊은 물질'에 참여한 작가들은 평소 지속 가능한 재료를 연구하고 이를 삶에 적용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출품작도 마찬가지다. 쿠메 켄고의 조각 설치 'SU:M'은 신소재 오염 흡수천을 사용했고, 에스티피엠제이 건축사사무소의 '고요의 틈'은 펠트를 벽돌처럼 쌓아올렸다. 카타기리 카즈야의 '종이 사구'는 종이 모듈로 만들었다.

    사일로랩의 '공:명'. 예술의전당 제공 사일로랩의 '공:명'. 예술의전당 제공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 스튜디오 '사일로랩'은 지난 9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영원의 시작: 제로'전 출품작 '공:명'을 재활용한다. '공:명'은 소리, 물, 빛을 매개체로 관람객과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작품으로, 수조(가로 4m·세로 12m)를 사용했다.

    사일로랩은 "작가로서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크지만, 기후변화 시대에는 창의성과 제약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분리·재조립이 가능한 형태로 작품을 설계하려 노력한다"며 "'공:명'처럼 몸집이 큰 작품은 대형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만큼 전시가 끝나면 재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콜렉티브 작가 '혼프'의 '잉선'. 아르코 미술관 제공 인도네시아 콜렉티브 작가 '혼프'의 '잉선'. 아르코 미술관 제공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땅속 그물이야기'전에서 인도네시아 콜렉티브 작가 '혼프'(The House Of Natural Fiber·HONF)가 출품한 설치 작품 '잉선' 역시 업사이클링 혹은 재활용할 예정이다.

    아르코 미술관 관계자는 "혼프의 경우 전시장에 설치한 작품 구조물 철거 시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배출하기를 원했다"며 "구조물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자재는 철골이고, 작가의 요청으로 철거 구조물을 업사이클링 하는 방안을 리서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에 쓰인 자갈과 흙, 물 등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유리 플라스크는 유리로 재활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서울 PKM갤러리에서 개인전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를 연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은 탄소 배출을 이유로 올해는 해외 장거리 비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엘리아슨은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 인공 태양을 설치한 '날씨 프로젝트'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작가 겸 환경활동가 장한나는 에술의 힘을 믿는다. "좋은 작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심 없던 부분에 문제의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이기 전에 지구인으로서 작업을 통해 인간의 욕망에 의한 기후·환경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작업이 누군가에게 가 닿아 울림을 주고 새로운 실천으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한나는 해변에서 채집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소재로 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영원의 시작: 제로'전에 설치작품 '신 생태계'를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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