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소형준. 연합뉴스지난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2022시즌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의 초반 승부처는 KIA의 4회초 2사 만루 기회였다.
KIA는 3회말 먼저 3점을 내줬다. 믿었던 선발 션 놀린은 3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래도 KIA에게는 '1+1' 전략이 있었고 토마스 파노니가 있었다. 파노니는 추가 실점을 막았다. 타선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KIA는 4회초 곧바로 반격했다. 류지혁의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소크레타스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 기세를 몰아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황대인은 kt 선발 소형준을 상대해 먼저 볼 2개를 골라냈다. 소형준은 앞선 타자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이때 포수 장성우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소형준에게 조언을 건넸다. 경기가 재개된 후 소형준은 이전과 다른 투수가 됐다.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투심패스트볼을 4개 연속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과감하게 뿌렸다. 그 결과 황대인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소형준은 경기 후 당시 장면에 대해 "만루에서 투심을 존으로 던지면 타자를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는데 구석으로 던지려다가 2볼이 됐다. (장)성우 형이 투심을 가운데에 던져라, (타자에게) 치라고 하자고 얘기해주셨다. 자신감을 갖고 한가운데를 보고 던졌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위기를 막은 소형준은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강철 kt 감독이 인정한 '빅게임 피처'의 여유가 느껴졌지만 소형준의 설명은 달랐다.
4회초 장면을 떠올린 소형준은 환하게 웃으며 "극적인 상황에서 삼진을 잡고 배정대 형처럼 크게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안도의 한숨이 먼저 나왔다. 타이밍을 놓친 아쉬움에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준은 "세리머니를 못 해서 아쉽다. 거기서 포효를 했어야 '포효하는 소형준'이라는 제목의 영상도 제작됐을텐데"라며 웃었다.
소형준이 장성우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장면이 경기 초반 흐름 싸움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 경기 막판에는 kt가 자랑하는 '끝내주는 남자' 배정대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배정대는 kt가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2사 만루에서 3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배정대는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장현식이 던진 슬라이더를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받아쳤다.
배정대는 "타격코치님에게 슬라이더를 노리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초구부터 슬라이더를 생각했다. 초구는 치기 어려운 코스로 들어와 그냥 보냈다. 2구째는 직구가 낮게 들어와서 다음 공은 무조건 슬라이더라고 생각하고 노려서 쳤다"고 말했다.
쐐기타를 때린 kt 배정대. 연합뉴스
배정대는 승부처에 유독 강하다. 개인 통산 끝내기 안타가 무려 7개다. 배정대의 방망이에서 승부가 결정될 때가 많아 '끝내주는 남자'라는 애칭이 붙었다. 배정대의 결정타는 가을야구 첫 날부터 빛을 발했다.
이강철 감독은 "배정대는 집중력이 좋은 것 같다. 중요한 타석이 오면 놓치지 않는다. 그런 타석에서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가기는 쉽지 않다. 좋은 공을 안 놓치고 빨리 치고 투수가 위닝샷을 던지기 전에 승부를 보는 느낌이 있다. 그게 멘탈의 힘이다. 멘탈이 안 되면 불안해서 방망이가 안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소형준은 5⅓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해 kt의 6-2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2020년 kt의 역사적인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선발 중책을 맡았던 소형준은 수원 홈 팬 앞에서 처음 치른 가을야구 무대에서 선발승을 따내며 '大형준'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배정대는 3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활약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배정대가 기록한 3회말 선두타자 볼넷은 양팀 통틀어 첫 번째 출루였고 이는 초반 3득점의 발판이 됐다. 영양가 만점 활약이었다.
1경기만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끝낸 kt는 오는 16일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8월 중순부터 정규리그가 끝나는 날까지 치열하게 3위 경쟁을 펼쳤던 양팀이 최후의 승부를 펼치는 무대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