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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때문에 이란을 등졌던 여성 스포츠 선수들

아시아/호주

    '히잡' 때문에 이란을 등졌던 여성 스포츠 선수들

    이란 여성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 BBC 페르시안 트위터 캡처이란 여성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 BBC 페르시안 트위터 캡처
    이란의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원인으로는 '히잡'으로 상징되는 여성에 대한 금기와 억압이 지목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클라이밍 대회에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참가했다가 실종됐다는 의혹을 받은 레카비도 마찬가지다.
     
    레카비는 1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계정에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히잡 문제가 불거진 것은 나의 부주의였고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나는 현재 팀원들과 함께 예정된 일정에 따라 귀국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란 여성 선수가 대회 마지막 날 실종됐고, 이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레카비가 SNS에 올린 글로 일단 각종 의혹에 불을 끄긴 했지만, 이란 반정부 인터넷 언론에서는 레카비가 당국의 강요에 의해 이런 글을 썼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실제 이란은 여성이 남성 축구 경기를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것 조차도 2019년까지 38년 동안이나 금지됐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통제가 강한 나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스포츠 활동 자체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걸 당연시 여긴다. 여성은 남성과 함께 훈련할 수 없으며 참가 종목도 제한된다. 경기에 출전하려면 스포츠용 히잡을 쓰고 맨살이 드러나는 부분을 최소한으로 해야한다.
     
    복싱의 경우 여성 선수는 여성 코치가 지도해야하고, 여성이 심판을 보는 조건으로 복싱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레카비 사건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찌됐든 레카비는 귀국길에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레카비와는 다른 선택을 한 이란 여성선수들도 있었다.
     
    사디프 카뎀. 로이터 캡처사디프 카뎀. 로이터 캡처
    사다프 카뎀은 2019년 프랑스 서부 로얀에서 열린 아마추어 복싱경기에서 프랑스 선수에게 승리했다. 카뎀은 "해외 복싱경기에 출전한 최초의 이란 여성"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귀국을 접었다. 히잡을 쓰지 않고 민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경기에 참가해 이슬람율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귀국 시 체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당시 카뎀은 경기도중 히잡을 쓰지 않았지만 녹색 티셔츠에 허리 부분에 흰색이 들어간 빨간 트렁크를 입어 누가봐도 이란 국기를 떠올리게 했다. 히잡 대신 이란 국기를 착용한 셈이었지만 이란 당국에 통하지는 않았다. 카뎀이 남성 코치에게 지도받았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 인스타그램 캡처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 인스타그램 캡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이란 여성 선수 최초로 메달(동메달)을 딴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도 이란을 떠났다.
     
    2020년 알리자데는 "나는 이란 당국이 말한 대로 옷을 입었고 그들이 지시하는 대로 앵무새처럼 말했다"며 "그들은 여성 선수를 정치적 이용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은 내 메달을 이용하면서도 동시에 '다리를 그렇게 쭉쭉 뻗는 것은 여자의 덕목이 아니다'라고 모욕했다"라고도 토로했다. 
     
    히잡을 쓴 채로 경기에 임했던 알라자데의 경우 '히잡'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란 정부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에 환멸을 느낀 것이다. 
     
    이란의 여학생들이 ""Woman, Life, Freedom"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해당 트위터 캡처이란의 여학생들이 ""Woman, Life, Freedom"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해당 트위터 캡처
    한편 이란에서는 지난달 13일 히잡 불량착용을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던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란은 2009년 대선에서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불거진 대규모 시위 이후 가장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여성 시위대는 히잡을 태우고 머리카락을 잘랐으며 군중들은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고 있다.

    길거리에서 시위 중인 이란 여학생들.  트위터 캡처길거리에서 시위 중인 이란 여학생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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