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위기의 야당을 지켜보는 국민의힘은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당장의 지지율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국정운영을 주도하며 성과를 내야하는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정국경색으로 인한 '민생 실종'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다 '시정연설 보이콧' 카드를 필두로 전면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거대야당의 독주를 막아설 카드는 오직 '여론전' 뿐이라는 점에서 고민스러운 표정이 읽힌다.
'사법리스크'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국민의힘은 일단 이재명 대표 집중 난타에 힘을 쏟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23일 페이스북에 "힘으로 산을 뿌리 뽑고, 기세가 세상을 뒤덮었던 항우장사도 시운이 다하자 멈춰 섰다"며 "이제 이재명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그만하라"고 퇴진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도 "수사를 거부하는 자, 그자가 바로 범인(김기현 의원)", "이 대표는 죄로 흥해서 죄로 망하는 중(권성동 의원)" 등 저마다 이재명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장동 특검'도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요구 자체가 속이 뻔히 보이는 수사 지연, 물타기, 증거인멸 시도"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반발로 내놓은 '시정연설 보이콧'과 연이어 이어질 예산정국 급랭에는 뾰족한 카드가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내대표로서 거대 야당과의 협상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경색상황이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예산도 법정기간 내 통과시키고 중요법안도 처리해야 하는데 성과를 내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매우 안타깝고 조급하기도 한 상황"이라고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의 발언에 앞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은 일단 이재명 대표와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을 분리시키는 '흔들기'전략을 계속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사법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진작에 말씀돼 온 분이 당대표가 됨으로써 당 전체가 그 옹호에 매달리는 상황이 한국 정치를 정치 없는 국회로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민주당의 상황을 자신의 배가 흔들리는 것을 막으려 모든 배를 하나로 묶는 삼국지 조조의 '연환계'에 비유하며 "이 대표가 옥쇄 전략을, 연환계를 풀지 않으면 민주당은 이재명이라는 자연인과 함께 침몰할 것"이라고 경고에 나섰다.
하지만 향후 예산안은 물론 정부조직법 개편안, 양곡관리법 등 쟁점이 첨예한 법안들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여당의 '민생 드라이브'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국민의힘은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심판할 것" 이라며 '민심'에만 호소할 뿐,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은 민주당이 정권이 넘어가고 버틸 수 있는 것이 국회 밖에 없어서 그렇지만, 예산정국에서도 강경일변도를 고집하면 여론이 먼저 돌아설 것"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예산심의를 필두로 민생을 외치는 전략밖에 없다"고 희망 섞인 기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