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연합뉴스·윤창원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방향을 돌렸다. 1년 넘게 이어진 대장동 수사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민간 개발업자들이 입을 열면서다.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칼 끝은 이 대표를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23일 김 부원장을 구속 이후 처음으로 불러 지난해 4~8월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전달 받은 8억 4700만원의 사용처를 캐물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유 전 본부장에게 대선 경선 준비자금 명목으로 20억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고, 유 전 본부장이 이를 남욱 변호사에게 전달해 8억여원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 변호사의 돈은 회사 직원이었던 이모씨를 통해 정민용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게 전달됐고, 다시 이 돈은 유동규 기획본부장을 거쳐 김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선 자금 수사의 결정적 토대가 된 건 유 전 본부장 등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의 '입'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후 검찰에 줄곧 비협조적이었지만 최근 태도를 바꿔 검찰 조사에서 대선자금 관련 진술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 나온 유 전 본부장은 회유에 선을 그으며 이 대표에 '반감'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상의원총회에서 문자를 확이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대표와 측근들이 자신만 희생양 삼았다는 배신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리?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라거나 "이 대표가 (불법 대선 자금을) 모를 리 있겠느냐", "내가 벌 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벌을 받아야 한다", "검찰에 다 얘기하겠다"고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로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며 적용한 부패방지법으로 인해 수익이 모두 국고로 몰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잃을 게 없는 유 전 본부장이 마음을 돌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검찰은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받아 낸 진술과 물증을 토대로 김 부원장이 건네 받은 돈이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의심하며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스스로 말했듯 오랜 '최측근'인데다 검찰이 특정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시기에 이 대표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이 시기는 이 대표가 대선 예비 후보로 등록한 뒤 대선 경선을 준비하던 시기와 겹친다. 특히 검찰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광주 쪽을 돌고 있다"며 자금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유 전 본부장 이외 남 변호사의 진술을 통해서도 김 부원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이 후보가 대선에 성공하면 사업을 잘 봐달라며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개발 시행업에서 나아가 신탁업까지 진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는 이 밖에도 경기도 안양시 박달동에 있는 군 탄약고를 이전해달라는 청탁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가 공여했다는 8억여원의 대가성이 입증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과 함께 이 대표의 또 다른 복심으로 불리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2014년 남 변호사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도 비슷한 시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정 실장은 성남시 정책실장이었고, 김 부원장은 성남시의원이었다. 검찰 수사 대상이 대선뿐 아니라 2014년 성남시장 선거와 2018년 경기지사 선거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김 부원장 측은 "검찰이 유동규의 진술에 놀아났다"고 주장한다. 김 부원장은 지난 19일 검찰에 체포된 직후 입장문에서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며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1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 실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이 김 부원장의 체포영장에 이어 구속영장까지 발부한 것은 범죄 혐의가 상당 정도로 소명됐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이 연이어 영장을 발부한 건 그만큼 검찰이 제시한 김 부원장의 혐의 사실이 구체적이고 증거를 없애거나 공범과 말을 맞출 우려가 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이 돈을 건넸다고 지목한 시기를 분석해 남 변호사의 측근인 이씨가 정 변호사의 아파트에 출입한 내역, 주차장 CCTV 영상 등을 확보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