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연합뉴스정부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자금 경색 사태와 관련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전 정부 지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 윤석열 정부의 반면교사"라며 강공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전임 민주당 소속 강원도지사 시절부터 불거졌던 문제라면서도 '돈맥경화'를 촉발시킨 직접 원인이 자당 소속 현 지사에게 있다는 점에서, 내부에서는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
24일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직격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계는 물론이고 기업도 줄도산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에서 김진태 강원지사가 레고랜드 사업 채무 불이행을 하겠다고 해서 경제 위기, 자금 경색에 기름을 부었다"며 "안 그래도 자금 시장이 건들면 터질 상황인데 왜 이런 위험한 정치적 행위로 자금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제에 대한 관념이 없는 건지, 아니면 정쟁을 위해서라면 경제 정도는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는 건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영훈 원내대변인도 오후 브리핑을 통해 "레고랜드 사태는 전 정부 지우기에 혈안이 돼 경제와 민생은 외면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반면교사"라며 "윤 대통령은 김 지사의 오늘이 윤석열 정부의 내일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전 정부 지우기와 정치탄압을 멈추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가 고물가 국면에서 긴축정책을 폈던 것을 언급하며 "엇박자 정책은 우리 경제 전체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무능한 대처 때문에 금융시장의 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전임자인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사업성 검토가 부족한 상태에서 레고랜드 사업을 밀어붙였다며 책임을 돌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강원도 재정자립도 올해 기준 24.7%에 불과하고,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라며 "이런 재정상황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전임 최문순 도지사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강원도가 채무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운 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며 "나비 날개가 태풍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강원지사의 책임을 맨 앞에 내세우긴 했지만, 김 지사의 결정으로 정부 경제 정책의 일관성이 깨지고 채권시장에 혼란이 온 것에 쓴소리를 잊지 않은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제 우리가 집권하고 도정을 맡으면 결과가 나쁜 것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운 국민의힘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당 입장에서는 적당히 선을 긋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전 정부의 문제를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경제가 이런 상황에서 자극을 줄 만한 결정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 경제통인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강원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금융시장에 공포가 덮쳤다"며 "레고랜드만 부도 내고 강원도는 무사한 방법은 애당초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강원도 산하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레고랜드 자금 조달을 위해 2020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지만 부도 처리 됐다. 이번 채권시장 자금 경색 사태는, 지급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변제 대신 법원에 GJC 회생신청을 내겠다고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며 일어났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원도는 단 한번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적이 없다"며 "본의 아니게 어려운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가 초래돼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채무를 안 갚겠다는 게 아니라 회생신청 절차를 통해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