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연합뉴스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와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청탁과 함께 10억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검찰 공소장에 포함됐다. 이씨는 알선 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28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이 전 사무부총장의 공소장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급이나 유력 국무위원, 당시 여당 국회의원 등의 실명이 대거 등장한다. 검찰은 계속되는 정치 활동과 낙선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이 전 부총장이 사업가 박모씨와 '청탁'을 매개로 친분을 이어갔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유착은 중소기업창업투자사 인수 건이 시작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련 청탁이 필요했던 박씨에게 이씨는 "A 중기부 장관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다. 나는 당의 주도적 위치로 갈 유력 정치인 B 국회의원의 측근이고 C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친하다"고 야권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이씨는 "A 장관에게 감사 표시를 할 돈과 수고비가 필요하다"며 4천만 원을 받았다. 박씨는 실제로 이 회사의 지분 양수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씨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2020년 2월에는 "공천을 받으려면 어른들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총 6천만 원을 받기도 했다. 서초갑 공천을 받고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임명되자 이씨의 요구는 더 과감해졌다. 그는 "나중에 사업적으로 많이 도와줄 테니 스폰(스폰서)을 해달라"고 했다.
그는 중기부의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 산업통상자원부의 액체수소 에너지 기업 정부 지원금 신청, 용인스마트물류단지 인허가, 국토교통부 관련 조합원 모집 수수료 등 박씨의 지인과 관련된 사업을 잇달아 청탁받아 총 2억 7천만 원을 수수했다. 특히 이씨는 "D 산업부 장관과 친한데 장관급이니 미팅을 잡으려면 1억 원 정도를 챙겨줘야 한다"라며 돈을 받았다. 이 청탁을 통해 박씨 측은 실제로 산업부 간부들을 만났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스크 수출 허가, 생산중지처분 취소 청탁에도 이 전 부총장이 나섰다. 그는 E전 식약처장과 통화해 박씨 측이 담당 공무원을 만날 수 있게 한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2020년 4월 포스코건설 소유의 구룡마을 개발 관련 우선수익권 인수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자 "C 실장님이 도와주신다고 했다. F 국토부 장관과도 친하다"고 친분을 과시하며 3억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C 실장과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인증 사진'을 박씨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이씨는 그 뒤에도 한국남동발전 수력발전기, 한국수자원공사 태양광발전 설비 납품 알선 명목으로 2020년 8월까지 총 3억 1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장·차관급 인사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전직 지역 구청장, 지역위원장 등도 청탁 대상으로 언급된다. 실명이 언급된 사람만 10명에 달한다. 검찰은 해당 인사들이 청탁을 들어주거나 이씨를 통해 뒷돈을 받았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