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뚜껑을 열어보니 '레드 웨이브'(공화당 바람)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민주당이 예상밖으로 상원을 수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가 불었던 것으로 보인다.
'레드 웨이브'는 왜 '블루 웨이브'에 밀렸을까?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
이번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우려 △들썩인 기름값 △이민자 문제 등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산적한 악재들 속에 치러졌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런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야당 프리미엄을 잘 살리지 못한 셈이 됐다.
실제로 2002년 이후 중간 선거를 치러온 야당들 가운데 이번에 공화당이 가장 적은 하원 의석수를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저조한 성적을 낸 데에는 출전 선수들의 자질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지난 8월 "특히 상원 선출과정에서는 후보의 자질이 결과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었다.
국민들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지 않은 사람들이 후보로 선출된 문제점을 지적한 말이다.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대선 직후 터진 의사당 습격 사건을 옹호하는 후보들을 저격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인사들이 공화당 후보로 대거 선출되고 말았다.
그리고 후보 선출 과정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 또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트럼프 요인(Trump factor)이 이번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또 다른 관심사였다.
연합뉴스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이나 공화당 주류들은 그 덕분에 하원이라도 탈환했다고 위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트럼프의 지지의 힘입어 후보가 된 유력 인사들 상상수가 이번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전국적으로 가장 이목을 끌었던 펜실베이니아 상원선거에서 나섰던 미메트 오즈 후보가 대표적이다.
또 주지사로 출마했던 대선 불복자들도 줄줄이 패배했다.
위스콘신의 팀 미켈스, 미시간의 터도어 딕슨, 펜실베이니아의 더그 매스트리아노, 메릴랜드의 댄 콕스, 일리노이의 대런 베일리 등이다.
물론 트럼프주의자 143명이 하원으로 당선됐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8일 밤 개표방송을 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변에 고함을 쳤다는 미확인 CNN 보도를 감안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얼마나 불만족했는지 쉬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레드 웨이브'가 태생적 한계를 지녔던 반면 '블루 웨이브'는 낙태 이슈로 줄 곧 휘발성을 잃지 않았다.
CNN 출구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44%는 가장 큰 이슈로 '낙태 불허'를 꼽았다.
인플레이션을 최대 이슈로 꼽은 15%와는 엄청난 차이다.
낙태 이슈에는 전통적으로 투표를 하지 않은 젊은 (여성)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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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낙태권을 보호하려고 투표한 결과라고 본다"면서 "특별히 젊은 유권자들에 고맙다. 그들이 역대급으로 투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이 예상 밖으로 선전한 '블루 웨이브'는 낙태 이슈에 분노한 여성들이 응집력을 발휘한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 진영의 세(勢) 형성이 민주당 표 결집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도 9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이번 결과는 트럼프에 후보 지명을 의존하고, 트럼프를 실질적인 지도자로 두려는 공화당을 각성시킬 것"이라며 "트럼프가 공화당의 집단적 맥박을 가장 빨리 이해하는 사람이지만, 그는 유권층의 1/3을 차지하는 무소속 유권자들의 엄청난 반감(turnoff)을 사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중간선거 대승을 발판으로 다음주 내후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트럼프가 이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