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겨 있는 육성이 공개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며 파장을 관망하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친한계에서 부적절한 대화라며 당무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친윤계에서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서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31일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중진 간담회를 열었는데,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추가로 파악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는 사무총장 등 당무를 보는 쪽에서 필요하면 상황 파악을 조금 더 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런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현재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추이를 살피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당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용산에서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 명씨는 수사 대상이기 때문에 유효하게 당무감사를 하는 게 좋은지는 의견 수렴을 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김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이) 취임식 하루 전날이라 무수히 많은 분과 통화했던 것 같다"며 "공적인 신분에서 약속한 것도 아니고, 사적 대화의 일환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당내 최다선(6선)의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당무 감사를 착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보고 있고, 필요하다면 제가 요청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당무 감사를 통해 공천 과정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다.
녹취 내용에 대해서도 "그러한 행위들이 법적으로 위법이냐 또는 합법이냐를 떠나서,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친윤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행위를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5선의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명태균씨가 하도 요청을 하니까 그냥 말씀하셨다는 것"이라며 "실제적으로는 당으로부터 공천 관련해서 무슨 보고를 받은 바도 없고 거기에 대해 의견 표명한 사실도 없다는 것 아니냐. 아무 문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권 의원은 "대통령 취임 전에 당선인 신분에서 대화였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탄핵사유로 보이지 않는다"거나 "당에서 의견을 물어와서 의견을 이야기한 것은 1호 당원인 대통령이나 당선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법 위반 사안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