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선수들이 11일 대한항공과 홈 경기에서 2시간 반의 대접전 끝에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KOVO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가 시즌 전 과감한 변화에도 차츰 호흡을 맞춰가며 봄 배구에 대한 의지를 키워가고 있다. 팀 전술 완성도가 50%도 되지 않는다는 진단에도 투혼을 펼치며 상위권을 달린다.
우리카드는 지난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대한항공과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2(25-20 22-25 25-23 19-25 17-15) 신승을 거뒀다. 최근 2연패 수렁에서 탈출했다.
당초 우리카드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악재가 적잖았다. 지난 6일 현대캐피탈과 원정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후유증과 주포 안드리치의 오른 무릎 통증이었다.
우리카드는 당시 현대캐피탈에 3세트를 24 대 21, 세트 포인트를 맞았다. 1 대 1로 맞선 가운데 3세트를 따내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내리 5점을 내주면서 오히려 3세트를 내줬고, 맥이 풀린 우리카드는 1 대 3 패배를 안았다.
여기에 안드리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대한항공과 경기를 앞두고 "안드리치가 오른 무릎이 좋지 않다"면서 "뛸 수 있다고는 하는데 정상적이지 않다"고 근심을 드러냈다. 개막 5연승으로 3년 연속 통합의 출발을 산뜻하게 끊은 1위 대한항공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우리카드는 시즌 전 대대적인 팀 개편으로 아직 조직력이 완성되지 않았다. 삼성화재에서 세터 황승빈, 이승원, 레프트 정성규가 왔고, 센터 하현용과 레프트 류윤식, 리베로 이상욱, 세터 이호건, 홍기선이 이동했다. 주전 세터 하승우, 리베로 장지원도 한국전력으로 갔고, 리베로 오재성, 레프트 김지한이 왔다. 신 감독은 "아직까지 구상한 전력의 30~40% 정도"라면서 "세터와 공격수 사이의 신뢰와 경기 중 돌발 상황에서 리듬이 확실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11일 대한항공과 홈 경기에서 무릎 통증에도 양 팀 최다 33점을 퍼부은 우리카드 안드리치. KOVO하지만 우리카드는 대어를 낚았다. 안드리치가 무릎 통증에도 양 팀 최다 33점을 쏟아부으며 승리를 이끌었고, 나경복이 17점으로 든든하게 받쳤다. 이적생 김지한은 세트 후반 승부처에서 이단 강타와 상대 주포 링컨을 블로킹하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세터 황승빈도 어려운 가운데서도 정확한 토스를 배달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우승팀인 데다 연승하던 대한항공을 이겨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서브와 토스도 괜찮았고, 각자 맡은 역할을 다했다"면서 "안드리치도 몸이 안 좋은데도 책임감을 갖고 하고자 하는 열정이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안드리치는 "최근 무릎 통증으로 힘들어 훈련도 1번만 했다"면서도 "그러나 몸과 멘탈을 컨트롤해 120%를 발휘했다"고 투혼의 정신을 들려줬다. 이어 "무릎은 70~80% 상태지만 치료를 하면 회복이 될 것"이라면서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온 만큼 내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리베로 오재성도 "오늘 5세트 막판 리드하다 뒤집혔는데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앞서 있다가 진 악몽이 나오면 선수들이 불안한 모습으로 빠지지 않을까 했다"면서도 "마침 잘 헤쳐나가서 앞으로 경기하는 데 더 자신 있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주장 황승빈이 현대캐피탈전이 끝나고 반성할 건 하고 잘 된 것은 가지고 가자고 했다"면서 "선수라면 당연히 반성하고 좋은 건 유지하되 안 되는 건 강하게 해야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반등 의지를 다졌다.
현대캐피탈에서 우리카드로 이적해온 박준혁. 우리카드이런 가운데 우리카드는 12일 트레이드를 또 단행했다. 2024-2025시즌 1라운드 신인 지명권과 이적료 1억5000만 원을 현대캐피탈에 주고 205cm의 미들 블로커 박준혁(25)을 받은 것. 대동맥류 확장 진단 수술을 받은 미들 블로커 김재휘의 공백에 빠르게 대안을 마련했다.
신 감독은 "2라운드 정도 지나면 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 같다"면서 "결국은 봄 배구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3승 2패(승점 8)로 3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카드가 반등의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